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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외교 실언' 왜 잦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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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안보와 관련된 실언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엔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 이라는발언으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윤 대통령의 ‘한미 핵전력 공동연습’ 발언으로 미국과 혼선을 빚었고, 최근 소송 논란을 빚고 있는 '바이든-날리면' 논란도 윤 대통령의 실언에서 비롯됐습니다. 외교가에선 고도로 복잡한 이슈를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접근하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아크 부대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라며 "아랍에미리트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외교적 타당성을 결여하고 완전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는 "장병 격려 차원에서 한 발언이고 한국-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파문은 쉬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발언은 현지 주둔 중인 아크 부대 장병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 주둔한 한국군이 ‘아랍에미리트의 적인 이란’을 겨냥하고 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원전 공사 수주 대가로 유사시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군사지원을 한다는 비밀군사협정을 맺은 바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에 유사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군의 자동개입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터에 윤 대통령의 민감한 발언이 나왔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아랍에미리트로서도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의 ‘역내 라이벌’인 사우디아라이비아편에 서 있지만, 꾸준히 이란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왔습니다. 두 나라가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지만 외국의 정상이 공개 석상에서 ‘적’으로 단언할 수 있는 관계는 아닙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미리 준비된 게 아니라 즉흥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을 근거로 경솔하게 발언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보도된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발언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언론의 관련 질문에 짧게 "아니다"라고 답변하며 혼란이 커졌습니다.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말 합의했던 사항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곤 하나,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대통령이 불쑥 밝힌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입니다. 용어도 정확하지 못해 한미안보협의회 성명에는 ‘공동실행’(Joint Execution)으로 돼 있으나 윤 대통령은 ‘공동연습’(Joint Exercise)이라고 말해 마치 한국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공동으로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잇단 실언이 외교∙ 안보 분야를 가볍게 여긴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외교 초보인 윤 대통령이 공부하지 않고 외교를 우습게 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분법적 외교인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국제관계를 적군 또는 아군으로 접근해 안보와 국가안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겁니다. 최근의 복잡한 국제정세는 전략적이고 근원적인 인식을 요구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럴만한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비판도 뒤따릅니다.

윤 대통령의 책임지지 않는 태도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이 단적인 예입니다. 당초 윤 대통령이 비속어 사용에 대해 국회와 시민들에게 사과했으면 일찌감치 종결됐을 일인데 화를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잘못은 대통령이 저질러 놓고 수습은 참모와 부처가 떠맡는 양상이 반복됩니다. "지금 국민은 핵폭탄보다 더 무서운 윤 대통령의 말폭탄을 걱정하게 됐다"는 야당의 비판이 허투로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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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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