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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과 나경원의 '밀당'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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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전 의원 등판 여부가 최대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그가 출마하면 장제원 의원과 연대한 김기현 의원의 최대 라이벌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관건은 이른바 '윤심(尹心)'의 향배인데 대통령실의 기류는 유동적입니다. 출마를 용인하기도, 그렇다고 반대하기도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 전 의원은 등판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일 윤 대통령의 "개각은 없다"는 발언이 근거입니다. 나 전 의원은 당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기용설이 돌았습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 "나 전 의원을 주저 앉히려면 장관 자리를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던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맡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부위원장으로는 당 대표 출마를 막기 어려우니 더 큰 자리가 필요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나 장관 교체 가능성이 차단되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레 정리가 된 모양새입니다.

권영세, 원희룡 장관의 출마 가능성이 사라진 점도 나 전 의원에게는 긍정적입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현재 거론되는 당 대표 후보 가운데 윤 대통령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다며 이들 장관을 물망에 올렸습니다. 만일 개각이 이뤄져 어느 한 명이 교체됐다면 당연히 '윤심'이 꽂힌 당 대표 후보로 두각을 나타냈을 것입니다. 결국 낙하산 투척이 없이 당내 인사들로 전당대회를 치르는 상황으로 정리가 된 셈입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에게 난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여전히 윤 대통령과의 사전 교감이 없이는 당권에 도전장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당초 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화와 기후환경이라는 어젠다를 총괄하는 중책을 두 가지나 맡긴 것은 당권 보다는 정부 정책에 집중해 달라는 무언의 요구가 있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나 전 의원도 3일 "대통령이 저에게 인구문제를 맡기셨기 때문에 충분히 말씀을 나눠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개각을 안 한다는 것 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민의힘 내에선 "용산과 가장 가까운 사람은 김기현"이란 말이 공공연합니다. 윤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장제원 의원이 돕고 있는 데다 최근 윤 대통령이 두 차례나 김 의원과 관저 만찬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향해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합니다. 통상 연대 제의는 1위 후보가 다른 후보에게 제시하는 건데, 거꾸로 지지율이 한참 낮은 김 의원이 협력을 요청한 것은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 출마에 아직 분명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이번에 개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무관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임기 2년 차에 정부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겁니다. 나아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 교체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당분간 추이를 관망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주시하는 것은 김 의원의 지지율 추가 상승 여부입니다. 김 의원 지지율이 계속 올라 나 전 의원과 경합 할 정도가 되는 지가 시금석이 될 거라고 합니다.

현재 나 전 의원은 2021년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전 대표에게 아깝게 고배를 마신 터라 어느 때보다 출마 의욕이 높다고 합니다. 내부적으로 등판 결심을 굳히고 용산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월 초 후보 등록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겁니다. 김 의원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자신과 현격한 차이가 나면 결국 윤 대통령도 자신을 지지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의 '밀당'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편집국에서] 부끄러움이 우리를 구원한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조세희 선생은 대표적 '과작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한 단편집에서 글을 쓰는 일의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스스로 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이세영 한겨레신문 전국부장은 부끄러움이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조 작가의 몇몇 문장을 인용해 개탄합니다. 정권에 따라 세상이 몇 번은 바뀌었지만 부끄러움의 말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칼럼 보기

[데스크 시각] 혁명은 불가능해진 건가

2011년 아랍 '민주화의 봄'을 이끈 건 디지털 기술이었습니다. 독재 정권에 대한 분노와 항거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해지면서 혁명의 동력이 됐습니다. 국민일보 권기석 국제부장은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기술이 혁명을 억누르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현실을 고발합니다. 이란의 '히잡 시위'와 중국의 '백지 시위'가 확산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권위주의 정권의 디지털 감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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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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