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원샷' 경선이 낫다
과도한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 된 지역별 순회 경선
'컨벤션 효과'는커녕 네거티브, 비방전으로 짜증 유발
지역별 합동연설회 후 한번에 결과 공개가 더 효과적
더불어민주당 당권 경쟁이 종반전에 들어선 가운데, 앞으로 민주당 전당대회를 순회 경선이 아닌 '원샷' 경선'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지역별로 돌면서 순차적으로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현행 지역별 순회 경선이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는커녕 과도한 경쟁으로 제살 깎아먹기가 되고 있어서입니다. 지역별 순회 경선이 투표 실시 후 연설 등 선거 방식의 왜곡과 일정의 장기화를 초래한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부터 대의원에 가중치를 두던 방식에서 권리당원 1인1표제로 바뀐 점도 순회 경선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입니다.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지역별 순회 경선은 후보들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권역별로 투표와 개표를 실시해 국민들의 관심과 흥행을 이끌어내려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여러차례 이합집산했던 민주당 계열 정당이 2015년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컨벤션 효과'를 꾀하자는 의도가 컸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후보 선출 때의 순회 경선과 달리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로 선출됐던 2022년과 2024년 전당대회 모두 지역 순회 경선 방식이 적용됐지만 압도적 승리로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 여론만 자극하는 역효과를 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늘 순회 경선을 했던 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치러진 2018년 전당대회는 '원샷' 경선으로 당 대표를 선출했습니다. 후보들이 지역별 합동연설회를 진행하며 전국을 순회하되 지역별로 투·개표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고 한번에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정권 지지율이 높던 상황에서 자칫 여당 당권을 두고 계파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담겼습니다. 당시 당 대표로 이해찬 전 총리가 선출됐는데, 집권 초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당심이 강력한 리더십을 주장한 이해찬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 2년차에 치러진 8·17 전당대회에 '원샷'이 아닌 순회 경선 방식을 적용한 건 전략적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될 만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 순회 경선은 사생결단식 양상으로 치달아 '전대가 아니라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적통'과 '파묘' 논란으로 시작해 상호 낙인찍기와 비방전 등 갈수록 거칠어지는 모습입니다. 당권 경쟁의 수위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건 순회 경선 방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권역별 투표를 통해 득표율을 합산하는 순회 경선의 특성이 경쟁을 과열 상태로 만드는 주범입니다. 상대방을 공격할 소재가 떨어지니까 더 자극적이고, 더 센 급소를 찾는 비정상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애초 '원샷' 경선을 했으면 이런 사태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을 거라는 탄식이 지지층 사이에서 나옵니다.
전당대회 와중에 불거진 당원투표를 끝낸 뒤 연설을 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도 순회 경선의 여파입니다. 추가 투표 기회 부여를 둘러싼 정략적 공방은 차치하고라도 유권자인 당원들이 후보의 정견 발표도 듣지 못한 채 투표하는 것은 누가봐도 불합리합니다. 연설 등 후보 개인 기량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조직력을 갖춘 후보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문제점은 이번 뿐만이 아니라 순회 경선을 할 때마다 되풀이된 논란입니다. 권역별 투표를 하려면 사전 투표 기간이 4일이나 소요되기 때문에 이런 기형적인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민주당의 설명입니다.
순회 경선을 하다보니 전당대회 일정이 길어지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지난달 16일 후보 등록을 시작해 6개 권역별로 순회 경선을 실시한 뒤 이달 17일 당 대표를 선출합니다. 공식적인 일정만 한 달이지 후보 등록 전부터 사실상 선거 운동이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거의 두 달 간을 당 대표 선출에 매달린 셈입니다. 민심은 집값 상승과 주가 급락 등으로 요동치고 있는데 집권여당은 민생 현안에 사실상 손을 놓은 채 '그들만의 리그'에 열을 올리는 실정입니다. 반면에 '원샷' 경선을 상시화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일정이 훨씬 짧습니다. 장동혁 대표를 선출했던 지난해 전당대회는 후보 등록에서 당 대표 선출까지 3주가 걸렸습니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합동연설회를 개최한 뒤 한번에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기간을 최소화했습니다.
정당의 전당대회에 순회 경선을 도입하는 것은 낡은 방식입니다.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의 경우 순회 경선 효과가 있지만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다릅니다. 생업이 바쁜 국민들에게 당 대표가 누가되든 그리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습니다. 이번처럼 편가르기·인신공격·네거티브가 격화하는 전당대회라면 되레 국민들의 반감을 일으킬 소지가 큽니다.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전당대회 후 당의 분열과 갈등 증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향후 전당대회에서 '원샷' 경선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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