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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대통령실 해명, 궤변이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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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대통령실이 지난 19일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첫 입장을 내놨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김 여사에 대한 촬영을 '불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명품가방을 '대통령 선물'로 규정한 것도 타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권에서 일제히 이번 사건을 '함정 몰카 공작'으로 단정하는 근거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얘깁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친윤 인사들은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논란의 본질이 불법적으로 촬영한 '함정 몰카'이기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의소리' 취재 방식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실정법상 위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몰래카메라 촬영 보도라도 공익성이 있을 때는 위법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는데다,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 취재 대상을 끌어들이는 ' 이른바 '함정 취재'에 대해서는 국내 판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함정 수사'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원은 뇌물, 마약, 도박 범죄 등 은밀하게 행해지는 범죄에 대해 '함정 수사'를 일정부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는 상대방이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느냐를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즉 기회만 제공되면 범죄를 저지를 의사가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범의는 없는데 범죄의사를 생기게 하였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관건이라는 얘깁니다.

'함정 수사'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함정 취재'와도 연관시킬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김 여사에 대한 기준은 전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의소리 측은 재작년 6월과 9월 두차례 직접 구매한 명품 선물을 제공했는데, 6월 면담에서 인사 전횡 가능성을 목격하고 9월에 몰카 취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전에 메신저를 이용해 김 여사 쪽에 선물 제공 의사를 타진했는데 김 여사가 명품 선물에만 반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김 여사는 기회가 생기면 금품을 받을 의사가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따라서 김 여사 명품백 '함정 취재'가 불법으로 인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함정 취재'가 보도윤리에 어긋나는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연론계와 학계에선 국민의 알권리가 '함정 취재'의 위험성이나 비윤리성보다 현저하게 높을 경우, '함정 취재'가 아니고서는 취재 대상에게 접근이나 취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함정 취재'의 대상이 약자가 아니라 아주 높은 권력자인 경우 대체로 인정하는 추세입니다. 서울의소리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녹음·녹화한 뒤 공개한 것은 대통령 부인처럼 접근이 어려운 취재원을 취재하기 위한 불가피한 취재방식이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와 처리 해명은 더 터무니없습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에게 접수되는 선물은 대통령 개인이 수취하는 게 아니라 관련 규정에 따라 국가에 귀속돼 관리, 보관된다"고 밝혔습니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은 '대통령 선물'이고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김 여사가 개인적으로 받은 명품가방을 법이 규정한 '대통령 선물'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는 '대통령 선물'을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받은 선물로서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선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이 대통령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거나 보존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직자윤리법에도 적용 규정이 있는데 '공무원이 외국(인)으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직무와 관련해 외국인에게 선물을 받으면 신고'하도록 돼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더라도 김 여사 명품가방이 외교 및 국제관례상 외국으로부터 받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서울의소리는 '범죄자', 김 여사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짜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 부부의 사과를 피하기 위한 것이지만, 수사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입니다. 서울의소리는 불법 행위로 처벌하고, 김 여사는 무혐의 처리하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런 행태는 검찰 수사와 권익위 조사가 한 달이 넘도록 전혀 진척이 없는 상황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기수 칼럼] 'V2'의 디올백, 용산은 오늘도 잠 못 든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이 봉합됐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백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경향신문 이기수 편집인은 한 위원장이 명품백에 입 닫는 건 그가 말한 '선민후사'와 배치된다고 말합니다. 시민 눈높이에서 사과와 특검 없는 김건희 출구는 없다고 합니다. 나라꼴이 바로 되려면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기자수첩] 서민은 먹고사느라 사투, 권력은 서로 살려고 사투

정권의 1인자와 2인자의 충돌 뉴스가 며칠간 나라를 혼돈에 빠뜨렸습니다. 조선일보 김상윤기자는 국민을 더욱 실망시키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싸움 원인이 민생과 아무 상관없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논란이라는 점이라고 말합니다. 국민은 경기 침체와 생활고로 매일매일이 전쟁인데 권력자들은 권력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개탄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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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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