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사법개혁' 변수 만들 때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위헌적 판결을 계기로 민주당이 '사법개혁' 법안을 쏟아내자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원 관련 법안은 크게 두 종류입니다.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당선 뒤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는 법안과 대법원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개혁 법안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법조 엘리트'들이 주권자인 국민 위에 군림해 정치에 개입하는 등 초법적 권한을 행사해온 데 대한 그간의 반발이 분출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들 법안 처리의 정당성은 갖춰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법안이 대법원의 황당한 이재명 판결 후 단기간에 발의된 것이라 법리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허점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사법부뿐 아니라 국가 제도를 흔드는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시기적으로도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과도한 권한 행사로 보여 중도층 민심잡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서둘러 처리하기보다는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유권자들 동의를 구한 뒤 추진하는 게 사법개혁으로 가는 정도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재명 후보 관련 법안의 경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헌법 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어떻게 적용되느냐는 논란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최근 국회 법사위는 대통령에 당선된 피고인의 재판을 정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행안위는 허위사실공표 금지 조항에서 '행위'를 삭제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후보 당선 뒤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효되면 당장 관련 재판 진행은 정지되고, 임기 이후 재판이 재개돼도 이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사건에는 면소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문제는 실제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정권교체 직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면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할 수 있어 곧바로 발효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법안 공포 이전에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돼는데 새 정부 국무회의 구성은 인사청문회 등으로 수개 월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줄 가능성은 적어 보입니다. 게다가 '대통령 이재명'이 자신을 위한 법안을 무리하게 처리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새 정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습니다.
관련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발효된다 해도 검찰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조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두고 헌재가 헌법적 해석을 내놓게 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가장 무난한 상황은 법원이 스스로 나서 재판을 중지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일각에선 법원이 자신의 문제를 두고 헌재가 결정하도록 하는 게 부담이 되는 만큼 논란이 커지기 전에 자체 판단으로 재판 중지를 결정할 거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법안 내용도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정지' 조항 외에 '무죄 선고가 명백하면 재판을 계속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비판을 사고 있습니다. 무죄나 공소기각이 확실할 경우는 그대로 재판을 진행하게 한다는 건데, 재판도 전에 유무죄를 따질 수 있느냐는 반론에 부닥쳐 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죄 요건에서 '행위'를 삭제한다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도 이 후보를 위한 소급입법·위인설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 허위사실공표 행위에 대해 당선무효까지 이르는 처벌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온 것은 사실이나 꼼수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민주당은 14일 '조희대 특검법', 법원조직법, 헌법재판소법을 국회 법사위에 상정했는데, 모두 법원에 대한 견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법은 이 후보 재판이 대선 후로 연기되자 보류했다가 대법원 청문회에 대법관 전원이 불출석하자 재추진으로 결정됐습니다.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 혹은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이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법원 판결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입니다.
이들 법안은 사법개혁의 대의에 비춰 타당성과 정당성이 있지만 사전에 얼마나 심도깊은 논의를 거쳤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조희대 특검'에 대해서는 범죄단서가 있을 때 도입하는 특검의 특성상 이 후보 재판을 앞두고 대법원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관 증원 문제는 현재 법관 구성상 보수적 법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과 법원 관료화 심화 우려 등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한 헌법재판소법은 사실상의 '4심제'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이은 '사법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수 국민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내란 사태 종식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은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입니다. 전국단위 선거에서 안정적인 판세를 유지하는 측에선 가급적 변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불문율입니다.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추진은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서 입법권 남용 등 '오만 프레임'을 씌우기 좋은 재료입니다. 이 문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게 이재명 후보에게 도움이 될 리 없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자세로 신중하고 자중해야 할 때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후유증이 가시지 않습니다. 한국일보 이영태 논설위원은 판결에 승복하고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정언명령처럼 받들어왔지만 '재판 독립'을 방패막 삼아 정치 판결을 하는 건 전혀 다른 얘기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사법부 독립은 자신의 재판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질 때라야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국민의힘, 망하지 않은 게 신기하다
대선 후보 강제교체 시도라는 막장극으로 국민의힘이 빈사 상태에 놓였습니다. 경향신문 정제혁 논설위원은 조악한 꼼수와 기회주의가 당의 기풍이 된 국민의힘은 오히려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골수에 박힌 기회주의 근성부터 도려내지 않으면 정당이 어떻게 자멸하는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