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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천헌금'에는 왜 조용할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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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국민의힘 의원들이 잇달아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최근 황보승희 의원과 김현아 전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고, 하영제 의원이 기소됐습니다. 지난해에는 박순자 전 의원이 지역구 시의원 공천대가로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의원이 4명이나 됩니다. 하지만 제기된 의혹에 비해 여론의 반응은 비교적 차분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에 엄중한 비리와 반성을 요구했던 것과는 딴판입니다.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부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불거진 황보 의원에 대한 대응만 봐도 국민의힘의 '내로남불'이 드러납니다. 황보 의원의 혐의는지난해 4월 그의 지역구인 부산의 시민단체 고발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은 의혹이 커지자 지난해 8월 당윤리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경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가고 부적절한 사생활이 알려져 물의를 빚자 자진 탈당 형식으로 꼬리자르기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검찰에 송치된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해서도 당 윤리위 회부를 미루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도 청산해야 할 구태지만 국민의힘에서 드러난 공천헌금은 더 퇴행적입니다. 과거 정치권엔 공천을 매개로 당지도부, 국회의원, 지방의원 간에 '먹이사슬'이 존재했습니다.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공천 대가로 돈을 받고, 의원은 그 돈을 자신의 공천 대가로 당 지도부에 갖다 바치는 식이었습니다. 수법도 가짜 차용증을 써 빚으로 위장하거나 의원 지역구 사무소 관리 비용을 대신 내주는 등 다양했습니다. 공천 잡음이 불거지면 낙천한 후보자에게서 받은 금품을 돌려주고 입막음 했다는 얘기도 돌았습니다.

이번 사태로 의원들이 공천대가로 여전히 불법적인 금품을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정치권에선 특히 국민의힘에 공천헌금이 집중된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해 지방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터라 여당인 국민의힘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공천 경쟁이 과열됐고, 이 과정에서 공천헌금이 난무했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현재까지 적발된 4명의 전·현직 의원들 뿐 아니라 훨씬 많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정치권에선 돈으로 공천권을 산 사람은 그 돈을 벌충하기 위해 재임 중 각종 비리를 저지른다는 얘기가 공공연합니다. 결국 공천헌금의 최종 피해자는 일반국민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보다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국민의힘 공천헌금 사태는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건을 아예 다루지 않거나 다루더라도 적게 취급하고 있다는 겁니다. 민주당 돈 봉투와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건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게 야당의 불만입니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성하는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습니다. 지난 15일 김기현 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선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자성은 없고 민주당의 도덕불감증을 비판하는 목소리만 높았습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은 각종 특권을 남용하며, 국회를 비리비호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판하면서도 "국민의힘은 불법과 비리에 대해서는 이미 읍참마속을 하면서 도덕성 확립을 실천해왔다"고 자화자찬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가상자산 전수조사에 대한 국민의힘의 비협조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 전원은 국민권익위의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속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그간 "가상자산 문제에 대해 빠른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정치권에선 김기현 대표의 아들 코인 보유 의혹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 대표는 아들의 가상화폐업체 임원 재직사실과 관련,  '코인 투자' 내역 공개 의향에 사실 거부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김 대표는 최근 "당의 도덕성을 확고히 세워 범죄 비리 옹호당으로 전락한 민주당과 다르다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다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비리 혐의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징계는 물론 김 대표 자신부터 의혹에 대한 진솔한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권 비리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국민의 비판과 감시가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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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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