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올 '윤석열표 총선 청구서' 제대로 감시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총선 국면에서 쏟아낸 감세 공약과 재정사업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선거가 끝나면 밀려드는 청구서에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질 거란 전망이 많습니다. 당장 경제부처에서는 내년 예산 편성 등 뒷감당에 걱정이 큽니다. 시민사회단체에선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약속한 많은 것들이 '총선용 선심 공세'가 아니었는지 제대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난감한 곳은 기획재정부입니다. 지금껏 기재부는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신규사업의 재원 규모와 조달 방안에 침묵해왔습니다. 대통령실이 총선 정국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기재부의 입장은 고려 요소가 아니었던 터였습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편성 절차가 시작되면서 뒤치다꺼리는 기재부 몫이 된 상황입니다. 특히 기재부 스스로 나랏돈을 최대한 아껴쓰겠다며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한만큼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수도 없이 쏟아낸 감세 약속이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약속을 모두 이행하면 세수 부족으로 향후 재정 운용이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가 많습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만으로도 수 조원의 수입 감소가 예상됩니다. 여기에 법정부담금 폐지∙감면 등 다른 감세 계획을 반영하면 정부 수입 감소 규모는 역대 최고였던 올해 국세 감면액 77조원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반면 정부 곳간은 주는데 약속한 신규 사업은 넘쳐납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수도권 교통격차 해소(국비 30조원), 수조원이 소요되는 국가장학금 확대, 원전 연구·개발 지원(4조원), 제2대덕연구단지 건설(3조원) 등을 약속했습니다. 게다가 올해 예산 대폭 삭감으로 비판받았던 연구개발(R&D) 예산을 내년에 역대 최대 규모로 증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안팎에선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목표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밝힌 가격안정자금 무제한 투입 방침을 놓고도 뒷말이 많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더 많은 돈을 풀어 농산물 가격을 낮추겠다고 한 건데, 대통령이 앞장서 건전재정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정부 내에서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여기에 국제유가가 오르고, 환율도 상승세여서 고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그간 약속했던 과제들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게 바로 국민들이 기다렸던 일하는 정부의 모습"이라며 자화자찬했습니다. 하지만 재정당국에선 벌써부터 대통령의 말이 공념불이 되지 않을까 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아무런 법적 검토나 비용 마련 없이 선거용 돈풀기에 나선 후유증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총선은 끝났고 윤 대통령이 말한 '가짜민생'의 맨얼굴이 드러날 시간이 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다짐한대로 총선 후에도 민생토론회를 계속 개최할지도 주시해야 합니다.
여당의 정권안정론 주장은 거대 야당의 발목잡기에 터잡습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에서의 문제는 거야의 몽니가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건전재정정책 때문에 물가가 잡혔다는 안일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여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탄핵 난장판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경제 운용에서 무능할 때 벌어진다고도 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햇발] 승부에 집착한 대통령...길 잃은 의료개혁
'의정갈등'이 2000명 증원의 늪에 빠져 길을 잃었습니다. 한겨레신문 황보연 논설위원은 50일 동안 정부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만 유예했을 뿐 국면 전환을 위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도 전시효과에 그쳤다고 합니다. '의료 카르텔 척결'이라는 정치적 구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