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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의 반쪽 '관저정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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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한남동 관저 이전이 활력소로 톡톡히 작용하는 듯 보인다. 직전까지 안가를  전전하며 저녁 모임을 자주 가졌다고는 하나 당당한 관저에는 못 미쳤을 것이다. “혼밥은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널찍한 관저에서 집들이를 겸해 많은 이들과 소통을 나눈다면 국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 ‘관저 식사정치’는 대통령의 또다른 국정 수단이다.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불러 격의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기에 긍정적인 요소로 인식돼왔던 게 사실이다. 한남동 관저 입주를 소통 강화의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기대가 컸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한남동 식사정치는 합격점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가진 10여 차례 만찬 대상은 주로 여당 지도부와 최측근 등으로 알려졌다.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인사들을 부른 셈이다. 분위기는 좋았을지 모르나 국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부정적 이유로 맨 먼저 꼽히는 사유가 소통 부족이다. 여기서 말하는 소통은 여당 인사들과의 만남보다는 야당 측과의 대화를 뜻할 것이다. 초읽기에 몰린 예산안과 이태원 국정조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해임안 등 정국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이라 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새 집에 이사왔으니 구경 좀 시켜주겠다”고 초청하면 아무리 야당이라도 마다할 이가 있겠는가.

일각에선 관저에서의 식사회동을 ‘밀실정치’라고 비난하지만 꼭 그렇게 볼 건 아니다. 겉으로는 싸워도 막후에서 협상을 이어가고 타협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다. 그런 점에서 굳이 만나지 않아도 이심전심인 여당 인사들보다는 끊임없는 설득과 대화로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야당 사람들이 관저 식사정치에 적격이다.

'관저 정치’의 효과는 비공개라는 점에서 배가된다. 만남이 공개되면 구구한 억측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른바 ‘윤핵관’ 실세로 불리는 부부 동반 만찬 후 나온 온갖 뒷얘기는 비공개 원칙의 실종이 부른 참화에 가깝다. 초청받지 못한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를 고깝게 여기지 않았다면 이상하다.

이들뿐 아니라 국민의힘 당권 주자와의 식사, 원내대표와의심야 회동 등 공개돼선 안 될 윤 대통령의 관저 일정이 미주알고주알 전해지고 있다. 이러니 세간에선 “당무에 관여 안 한다”던 윤 대통령이 속속들이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가 도는 게 당연하다.

윤 대통령이 관저를 국민의힘 의원들 줄세우기에 활용할 생각이라면 안될 말이다. 차기 당대표 선거와 총선 공천에 개입했을 때 후과가 어떤지는 윤 대통령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운 혐의 중 하나가 새누리당 총선 경선 개입이었는데 당시 수사팀장이 바로 윤 대통령이었다.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공당의 공천이나 경선 등에 개입하는 것은 엄연한 범법 행위다.

대통령의 관저는 사적 공간이 아니라 공적인 활동의 확장을위한 곳이다. 국가와 국정 운영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돼야 하 한다. 윤 대통령이 성과로 내세웠던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것은 당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저 정치’도 다를 바 없다.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관저와 안가 등에서 야당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막힌 곳을 뚫곤 했다. 윤 대통령의 관저 회동은 국정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구설수만 난무하고 있다. 부작용이 더 커지기 전에 만남의 대상부터 형식까지 모든 것을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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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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