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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웃고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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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요즘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여당의 우세가 뚜렷해지는 여론 흐름에 흡족해하며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라면 선거에 승리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대로 국정을 펼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렐 수도 있다. 어쨌든 총선에서 이기면 남은 3년은 윤 대통령이 오롯이 권력을 향유하며 보낼 수 있는 시간임에 틀림없다.      

사실상 총선을 진두지휘하다시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전략이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흐뭇해할지 모른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여권은 총선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 상당 부분은 윤 대통령이 직접 구상했다는 얘기가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충돌 등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고 윤 대통령은 생각할 것이다.

전국을 다니며 대놓고 선거 유세를 하는 민생토론회는 윤 대통령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돈이 얼마가 들든, 유권자들이 원하면 다 해주겠다는 식의 입에 발린 말은 윤 대통령이 아니면 애초 나올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국회 통과가 필요한 사안이 대부분이지만 안 되면 야당 탓으로 돌리면 된다고 생각할 사람도 그밖에는 없으리라 짐작된다. 독재정권 시절의 막걸리와 고무신 선거 전략이 먹혀드는 상황에 쾌재를 부를 사람이 누구겠는가.

한 편에 퍼주기 전략이 있다면 다른 편에는 옥죄기가 있다. 비판세력은 철저히 탄압하는 전략이다. 여권은 언론 지형이 왼쪽으로 기울어졌다고 우기지만 대다수 언론 종사자들은 반대로 여긴다. 강압적인 민영화와 돈줄죄기로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은 점차 존립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카이스트 학생을 '입틀막'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총선을 앞두고 다른 목소리는 아예 차단하려는 의도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자신의 총선 전략 먹힌다 판단할 듯
여권 선거 승리 후 펼쳐질 세상 암울
윤석열 정권 무능 무책임 덮이지 않아

이런 암울한 상황은 집권세력이 총선에서 이겼을 때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를 예고한다. 그나마 지금은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견제가 작동했지만 향후에는 아무도 이 정권의 폭주를 제어할 수 없게 된다. 굳이 '시행령 통치'를 할 필요 없이 법을 일사처리로 통과시켜 퇴행적 국정을 하려할 것이다. 검찰은 야당과 언론을 털고, 경찰은 시민단체 집회를 강제해산하고, 경호원은 할 말 하는 국민을 끌어내는 지옥도가 나타날지 모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착각하는 게 있다. 만약 여권이 총선에서 이긴다면 이는 윤석열 정권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권이 잘못해서라는 점이다. 정권 심판론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하는데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실패다. 그 것은 그 것대로 심판의 대상이 되겠지만 그런다고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이 덮이지는 않는다.

대선이 미래지향적 투표라면 총선은 회고적 성격을 띠는 게 일반적이다.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아야 할 세력이 되레 이긴다면 해소되지 못한 에너지는 더 응축되게 마련이다. 그 에너지는 언젠가 도화선이 연결되면 감당할 수 없는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로인한 피해는 윤 대통령뿐 아니라 국민과 국가에 고스란히 미치게 된다.  

이런 상황에 이르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이 무능과 전횡을 멈추는 방법밖에는 없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왜 국민 대부분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지, 그리고 김건희 여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국정기조에 문제는 없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 미소를 지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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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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