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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석열 대통령이 또 격노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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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출국 직전 '대표직은 유지하되 총선 불출마를 해달라'는 용산의 메시지를 김 대표가 거부했다는 얘기를 듣고 격노했다는 것이다. 또다른 버전은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행 비행기에서 장제원 의원만 불출마 선언을 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김 대표 사퇴를 놓고 윤 대통령이 매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격노는 워낙 자주 들었던 터라 새삼스럽지 않다. 멀게는 지난해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부터 최근엔 부산엑스포 유치전 참패까지 주요 현안이 터질 때마다 거의 빠짐없이 '격노' 보도가 뒤따랐다. '바이든-날리면 사태'와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새만금잼버리 파행, 수능 킬러문항, 해병대 사망사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등 일일이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다. 국가 정책과 선거, 국제행사, 여당과의 관계, 사건사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분노를 쏟아낸 셈이다.

대통령이 화를 내면 어떤 일이든 동티가 난다.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건이나 현안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보면 안다. 일이 더 꼬이거나,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리거나, 법적∙ 정치적 문제로 비화된 게 대부분이다. 대통령은 분노 표출로 일이 해결됐다고 여길지 모르나 국정은 혼돈에 빠지게 된다. 걸핏하면 화를 내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려는 참모는 드물다. 대통령이 불편해 할 정보는 전달되지 않고, 대통령은 정확한 현실 파악이 안 되니 엉뚱한 지시를 내리고, 문제는 풀리지 않고, 대통령은 다시 격노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윤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거다. 리더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반성하고 아랫사람은 다독이는 게 일반적 정서다. 부하에게 화를 내기는커녕 먼저 분노가 자신을 향하도록 하는 게 리더십의 원칙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숱한 국정 실패에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한 적이 거의 없다. 나는 잘했는데 밑에서 잘못해 일을 그르쳤다는 투다.

尹, 김기현 대표 사퇴 관련 격노 전해져
새롭지도 않은 대통령의 잦은 분노 표출
총선 승리 원한다면 분 삭이는 노력부터 

따지고보면 이번 국민의힘 쇄신 움직임이 촉발된 계기도 윤 대통령이다. 사태의 원인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는 윤 대통령의 잘못된 사면과 공천이 불을 지폈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윤 대통령의 변화와 출장소로 전락한 당정관계 회복이었으나 대통령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달라지는 듯했지만 시늉에 불과했고, 당을 더욱 틀어쥐려 했다.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고 내년 총선 전망은 어둡게 나오면서 보수층 반발이 커지자 결국 약한 고리인 여당에 충격파를 준 것이다.

여당이 간판을 바꾼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새 지도부에 또 '격노'를 퍼부을 것이다.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면면을 보면 죄다 윤 대통령의 측근이거나 배후 전략가다. 공천과정에서 용산 출신 참모들을 배려하지 않거나, 당의 지지율이나 판세가 나아지지 않으면 화를 내고 질책할 게 눈에 선히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진정 총선 승리를 원한다면 분을 삭이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권력의 역설'에서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이 들면 거리낌 없이 남을 깎아내리고 자기는 추켜세우며 비윤리적인 행위를 합리화한다"고 말했다. 권력을 얻기 위해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공감하지만 권력을 잡으면 무례하고 공격적이 된다는 경고다. 윤 대통령의 격노는 '무례'와 '공격'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거의 평생을 상명하복의 검찰 문화에 젖어온 윤 대통령은 참모와 내각을 마음대로 부려도 될 수족 같은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입법부에 속하는 여당에 대한 존중감도 찾아보기 어렵다. 정작 윤 대통령이 분노할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왜 독선과 독단적 태도를 바꾸지 못하는지, 왜 자신은 늘 옳다고 생각하는지, 왜 절제하고 자성하지 않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이 나라에 사는 많은 국민은 하루하루를 그러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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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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