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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국빈 환대에 벌써 취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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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문건에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 "지금 와서 방침을 바꾸면 대통령 국빈방문과 맞바꿨다고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가 왜 고민을 했는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 인터뷰에서 무기 지원의 길을 열어둔 언급으로 실마리가 풀렸다.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은 다음주 미국 국빈방문에 대한 '선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도청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의 어이없는 해명을 보며 이상하다 했다. 상식적으로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둔할 때는 뭔가 말 못할 사연이 있기 마련이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엄청난 보상을 받는 등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보상이 국가의 이익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에 대한 환대라면. 도저히 믿고 싶지 않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불길한 예감이 맞는 듯하다.

2011년 이명박(MB) 전 대통령 미국 국빈방문도 그랬다. 당시 언론은 '13년 만의 국빈방문' '한국 대통령 사상 최초 펜타곤 브리핑' '13년 만의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 등 상찬을 쏟아냈다. 미국은 자신들이 '매우 친미적인 대통령'으로 표현했던 MB에게 최고의 환대를 베풀었다. 그 보답으로 MB는 미국 무기를 무려 14조 원어치 사주는 '통 큰 답례'를 했다. 미국의 융숭한 대접에 취해 '봉'이 되기로 자처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의장대 사열과 수백 명의 주요 인사가 참가하는 국빈만찬, 상하원 합동연설, 하버드대 강연 등 최상의 예우가 윤 대통령을 기다릴 것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12년 만의 국빈방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화려한 행사 장면을 전하는 데 바쁠 것이다. 물론 우리 지도자가 미국을 방문해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하물며 국익이 충돌하는 국가 간 외교 관계에서 일방적인 선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이들의 얘기다.

우크라 무기 지원 美 국빈방문 앞둔 '선물'인 듯
미국이 한국 국빈초청 한 이유 냉철히 따져봐야
이번 회담서 반도체, 자동차 의제 안 될 거란 전망
국빈환대 받은 마크롱처럼 동맹이라도 할 말 해야

미국의 국빈초청은 철저히 실리를 따져 이뤄진다. 준비에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고 미국 대통령도 바쁜 일정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쉽게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취임 3년을 맞는 바이든 대통령의 국빈초청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윤 대통령이 두 번째다. 미국이 예우를 갖추려는 것은 무언가 받아내려는 게 크다는 것을 뜻한다. 엄청난 규모의 실익을 놓고 벌이는 외교관계에서 의전에 따른 예우란 순진하고 한가한 얘기일 뿐이다.

그래서 국빈이란 예우를 걷어내고 이번 정상회담의 손익계산서를 냉철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에 가장 원하는 건 중국 견제다. 윤 대통령은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은 절대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본을 정보 공유 확대 대상국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속도전'에 매진하겠다는 거다. 미국의 도청 문제는 정상회담 의제에서 배제할 방침이라고 하고, 윤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도 공식화할 것이다.

반면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건 뚜렷이 손에 잡히는 게 없다. 현재 한국이 원하는 건 미국의 반도체법지원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에 오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건데 말이 되는가. 실제 현대차와 기아가 생산하는 차는 미국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졌다. 안보 문제는 북핵에 대응해 누차 거론됐던 핵확장 억제 강화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의 요구는 죄다 수용하면서 한국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요구하고 얻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경제 관련 진전은 잘 안 보이는데, 오히려 미국에 갈 경제사절단은 매머드급이라고 자랑한다. 이들이 미국에서 또 얼마나 많은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올지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라는 윤 대통령이 방패막이를 해줘야 하지만 기대난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첫 국빈으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초청했다. 한동안 불편했던 프랑스와의 화해를 위해 극진한 환대를 베풀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대놓고 "미국에서 IRA가 논의될 때 누구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IRA가 동맹국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는데도 바이든 행정부의 일방적 강행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한미동맹은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했다. 아무리 굳건한 동맹이라도 할 말은 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용기를 배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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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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