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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벌거벗은 임금님' 돼가는 신호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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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담화를 보고 놀란 건 취임 후 사실상 첫 대국민 사과여서만은 아니다. "예측이 많이 빗나갔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점이 더 충격이었다. 한두 표도 아니고 무려 90표 차가 난 투표 결과를 대통령이 몰랐다는 사실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다. 각 부처로부터 주요 정보를 보고받아 국가적 현안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게 대통령 아닌가. 대통령이 이럴진대 아무런 정보도 없는 국민은 앞날이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투표일 직전까지 정부 내에선 사우디와 근소한 차이라는 보고가 올라갔다고 한다. 한국이 1차투표에서 떨어진다는 예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잘못된 보고를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는 얘기다.윤 대통령이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판세와 다르게 나오자 격앙했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국가 운영 시스템이 단단히 고장나 있다는 사실을 이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는 어렵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도 그랬다. 거의 모든 국민이 여당의 참패를 예상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엉터리 보고를 받고 이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 격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새만금 잼버리대회 때는 또 어땠나. 윤 대통령은 극심한 불편을 호소하는 각국 참가자들의 아우성이 쏟아지는 것도 모른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유독 윤석열 정부 들어 이런 일이 반복된다는 건 정보력 부재만으로는 해석이 안 된다. 정보는 수용자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독단적 태도와 화를 잘 내는 성정은 올바른 소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엑스포 판세 분석에서 사우디가 유리하다는 정보가 많았지만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다보니 부정적 내용이 차단됐을 가능성이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도 여당에선 패배를 예측했지만 대통령의 자신감이 워낙 큰 탓에 "판세가 유리하게 바뀌고 있다"는 식의 보고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다.  

엑스포뿐 아니라 강서선거, 잼버리때도 보고 실패
정보력 문제외에 윤 대통령 소통부재가 근본 원인
독선∙ 독단적 태도 고치고 반대 목소리도 경청을

윤 대통령과 참모들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소문은 오래 전부터 돌았다. 대통령실에서 직언을 하는 참모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익히 알려졌다. 관료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상황을 만든 일차적인 책임이 누구에게 있겠는가. 보고는 잘 듣지 않고, 쓴소리를 싫어하는 대통령에게 목을 내걸고 솔직한 보고를 올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년 총선 전망을 놓고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중진 물갈이로 쇄신 이미지를 만들고 윤 대통령의 측근들을 내보내면 이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28일 국무회의에서 "물러나는 분들은 일을 잘해서 당에서 부르는 것"이라고 격려했다는 말에서 이런 기류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억지로 중진들을 밀어내고 대신 '용핵관' '검핵관'을 꽂는다고 국민들이 혁신으로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부터가 착각에 빠져 있으니 현실성 없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정작 걱정되는 건 국가 안보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이 감당 못할 사태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안보와 외교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군과 관련부처의 정보를 오염시키거나 왜곡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잦은 해외순방과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높은 지지세는 이런 생각이 단순한 기우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우려를 낳는다. 남북 긴장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대통령의 그릇된 판단은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을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왜 잘못된 보고가 자주 올라오는지, 대통령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는지를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권력자의 고독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많이 남긴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권력을 더 많이 갖게 될수록 누가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고 참말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지 않으려면 귀담아 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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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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