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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재인 정부 그리 비난하더니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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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국정 운영에서 가장 믿는 구석은 반문(反文) 정서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자양분으로 당선된 터라 반대로만 하면 탄탄대로일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 때 문재인, 이재명 때리는데 이골이 난지라 이보다 더 쉬운 일은 없다고 여겼음직하다.

이러한 ABM(Anything But Moon) 기조에 따라 윤 대통령은 모든 문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렸다. 북한의 무인기 침범 때는 이전 정부의 훈련 부족을 탓했고,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은 "과거엔 민변 출신 도배질"로 피해갔다. 문재인 정부 수사를 놓고 정치보복 논란이 일자 "민주당 때는 안했느냐"라고 했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는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비난했다.

한동안 이 전략은 효과를 발휘하는 듯했다. 대다수 국민은 황당한 변명에도 어느 정도는 묵인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언제까지 남 탓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그 이상을 준비하지 않은 데 있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 명확한 비전과 방향이 없으니 점차 밑천이 드러나고 있다. 이젠 자신이 내뱉은 말과 행동이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인지부조화 상태로 접어든 모습이다.  

초유의 경영 공백으로 혼란을 빚는 KT 사태는 현 정부의 표리부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권의 낙하산을 투하하려는 의도를 모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선 후보 때 "캠프에서 일하던 사람을 시킨다? 전 그런 거 안 할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윤 대통령이었다. 지금도 숱한 윤석열 캠프 인사들이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내리꽂히고, 낙하산 대기자들이 끝도 없이 줄 서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민간기업 인사를 이토록 쥐고 흔드는 것이 윤 대통령이 부르짖어온 자유시장 경제인지 의구심이 든다.

취임 1년 됐는데도 문재인 정부 탓하는 윤 대통령
무더기 낙하산 투척에 전기∙가스료 보류 '포퓰리즘'
'친미, 친일, 반중 외교'로 국가를 위기에 빠트려
물귀신 전략 그만두고 스스로 실력으로 평가받길 

윤 대통령이 걸핏하면 입에 올리는 '포퓰리즘'도 자가당착이다. 정부의 전기 ∙ 가스요금 인상 보류가 극명한 예다.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 요금을 동결했다고 비난을 퍼부을 때는 언제고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하루 전날 인상을 취소했으니 기가 막힌 것이다. 지지율을 의식 않는다는 호언장담이 무색해졌다. 정치 논리에 에너지 정책을 종속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뭐라 항변할 것인가.

윤 대통령은 양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야당의 무책임한 퍼주기 폭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는 "인기에 영합한 현금 살포는 안 된다"고 각 부처에 강력하게 주문했다. 그래 놓고 윤 대통령은 다음날 민생경제회의에서 소비 진작이 필요하다며 600억 원의 '현금 살포' 계획을 발표했다. MZ세대를 잡겠다며 데이터 무제한 혜택을 포함해  청년층 교통비, 주거비 대책을 쏟아낼 태세다. 야당이 하면 퍼주기고 정권이 하면 민생인가.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윤석열 외교야말로 전 정부 때리기의 가장 큰 폐해다. 굴욕적인 한일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망가뜨린 한일 관계를 복원하겠다는 망상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 경시와 대북 적대시 정책도 문 정부가 중국과 북한에 쏠렸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그 결과가 가해자 일본이 피해자 한국에 큰소리는 관계로의 역전이고, 대중 무역적자 역대 최고치로 나타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다음달 취임 1년을 맞는다. 정권의 중간평가인 총선도 딱 1년 남았다. 더 이상은 전 정부 핑계가 용납되지 않는 시기가 된 것이다. 1년이면 약발이 떨어질 때도 됐다. 여당에선 내년 총선에서 거대 야당 발목잡기 프레임을 짠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탓만으로는 효과가 없으니 민주당까지 얹혀 재미를 보려는 심산이다.  

국민이 원하는 건 윤석열 정부의 능력이다. 언제까지 전 정부를 물귀신처럼 붙잡고 버틸 것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도 더는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태는 무능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코미디 같은 '밥 한공기 먹기' 발언을 비롯,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설화에 휘말렸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하는 집권 세력의 모습은 지질하고 비겁하다. 윤 대통령부터 스스로의 실력으로 평가받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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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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