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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민주당 지지자들, 영리해졌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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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공천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이 여럿 있다. 가장 두드러진 건 '현직 전멸'이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5명이 연임을 노렸지만 당내 경선에서 모두 좌절됐다. 지방선거에서 단체장 현역 프리미엄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이 결선투표 없이 일찌감치 끝난 것도 예상밖이었다. 당내에서도 이를 예상한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후보로 뽑힌 당사자들도 의외의 결과에 놀랐다고 한다. 또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재명 정부 청와대 참모들의 신통치 않은 공천 성적이다. 경선에 나선 청와대 출신 비서관·행정관이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아직 일부 경선이 남아있지만 이 대통령의 높은 인기가 무색해지는 장면이다.

이런 파격적인 양상은 이른바 '뉴이재명' 세력의 유입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 기존 지지층에 더해 실용과 실리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세력이 가세하면서 이전과 다른 공천 과정을 만들어 낸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더 영리해졌다.

현역 지자체장에게는 경험과 안정감이 있지만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재임 때 뚜렷한 성과가 없다면 본선 경쟁력은 취약해지기 때문에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칼을 들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경선에서 정원오, 추미애 후보가 결선없이 선출된 것도 당원들의 이같은 전략적인 사고가 투영된 결과다. 국민의힘 후보로 유력한 오세훈 시장을 상대하려면 행정력을 갖춘 정 후보가 제격이라는 판단에 상당수가 동의한 것이다. 추 후보는 검찰개혁안을 관철시키며 당원들의 표심을 결집시킨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인지도와 중량감으로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이른바 '명픽' 후보 지지세를 무력화했다.

지방선거 공천서 '현역 전멸'과 청와대 출신 부진
배경보다는 본선 경쟁력 우선한 당원들 집단지성
가치보다 이익 우선한다는 '뉴이재명' 논란 허구

민주당 경선에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다수 출마했지만 후보가 된 사람은 아직 없다. 경선이 진행 중인 다른 청와대 참모 출신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리 이재명 정부 청와대 출신이라고 해도 경쟁력이 부족하면 가차 없이 떨어뜨리는 게 지금의 민주당 지지층이다.

정권교체 이후 합류한 신규 지지층을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지방선거 공천에서 드러난 현상은 긍정적이다. 경선이 권리당원과 민주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신규 지지층이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규모와 분포가 달라진 민주당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된 첫 선거인 셈이다.

일부 정치인과 논객은 신규 지지층 다수가 이 대통령의 행정 능력이 자신에게 이익이 될 거라는 판단에서 지지하는 것이란 주장을 폈다. 이런 인식하에 민주당보다는 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한 사람들이라고 신규 지지층을 분석했다. 하지만 신규 지지층을 포함해 당원들이 이번 공천에서 보여준 표심은 그런 인식이 단견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선 민주당이 압승해야 하고, 그러려면 친명이냐 아니냐보다 후보 개개인의 경쟁력과 자질이 우선돼야 한다는 '가치지향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확장은 '가치세력'과 '이익세력' 간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는 지방선거 후 벌어질 당 대표 선거와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선거 후 더 거세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것은 지지자들이 아니다. 신규 유입 지지층을 숙주 삼아 정치적 입지를 다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부 정치인과 당원들을 '갈라치기'해 분열을 조장하는 이들이다. 영리해진 민주당 지지자들이 헤아려야 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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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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