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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 방'만 노리는 윤석열 정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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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분 걸림 -

체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기대로 가득 차있다. "체코 원전 수주의 성공적 완수를 확신한다"는 외신 인터뷰에서 드러났듯이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이 최저치로 떨어진 지지율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가 확정되면 '1호 영업사원'으로 최선을 다하는 진심을 국민들이 알아줄 걸로 생각하는 것이다.

체코 공식 방문에 기어코 4대 그룹 총수를 동행시킨 것도 순방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다. 체코와 사업상 별 관련이 없는 총수들은 처음엔 참가를 주저하다 대통령실의 강한 권유로 경제사절단으로 순방길에 올랐다고 한다. '총수 떡볶이 먹방'의 기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대기업 총수 '병풍세우기'가 재현될 모양이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적재산권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더라도 일정 지분을 떼주는 게 불가피하다. 너무 저가로 수주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가볍게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 당시 UAE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고 환호했지만 나중에 불리한 계약 내용이 드러난 바 있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국책 사업을 대통령 홍보에 과도하게 이용하려다 낭패를 볼 수 있다.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의료대란'도 따지고 보면 윤 대통령의 '한 방'에 대한 기대가 단초였다. 의대 증원을 통 크게 2000명으로 늘리면 불리한 총선 구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착각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일단 저지르고 나면 어떻게든 수습이 될 거라는 안이한 인식이 수많은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셈이다. 사고는 윤 대통령이 치고 뒷감당은 국민이 하라는 것인가.

"6개월만 참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교육부 장관의 황당한 발언은 그래서 예사롭지 않다. 어투의 무지막지함도 그렇지만 내용이 워낙 황당무계해 윤 대통령의 평소 발언이 장관의 입을 통해 나왔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기고 지고를 논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얘긴가. 내년 3월이면 의대 신입생이 들어오고, 생활고에 시달린 전공의도 복귀할 거라는 희망이 반영된 것이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신입생마저 휴업에 동참하고, 전공의 미복귀로 의사 배출이 완전히 중단되는 사태다.

尹, 체코 순방 지지율 반등 기대 커
샴페인 일찍 터뜨리기엔 변수 많아
'의료대란'도 '한 방' 기대가 화근
권력 좇아 치고 빠지는 '떴다방 정치'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차곡차곡 쌓인 국정 실패를 '한 방'에 만회하려는 허튼 시도가 잦다. 동해에 유전이 묻혀 있다는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띄우더니 그 후엔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 주무 공기업은 윤 대통령 발표 후 관련 문건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니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 애초 가망도 없었던 부산엑스포 유치 신기루에 매달리며 '한 방'의 꿈을 키운 것도 윤 대통령이다.

지금 여권에선 10월을 대반전의 기회로 여긴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1심 선고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여론이 돌아설 것으로 잔뜩 기대한다는 것이다. 눈에 가시 같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머지않아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바람도 크다고 한다. 자신들이 잘 해서 점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남이 못하기만을 기다린다는 점에서 소극적이고 퇴행적이다.

정권을 잡았으면 새로운 개혁 방향과 가치를 제시하고 그에 맞춰 차근차근 정책을 펴나가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국정의 비전은커녕 주어진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른바 '4대 개혁'이라고 내세웠지만 뭐 하나 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다. 돈 대신 권력을 좇아 치고 빠지는 게 '떴다방'과 뭐가 다른가.

윤 대통령은 너무 쉽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검찰총장 때 얻은 지지를 발판으로 순식간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 과정 자체가 '한 방'이다. 그래서인지 국정도, 정치도 '한 방'에 중독돼 있다. 그 폐해가 지금 윤 대통령에게도, 국민에게도 생생히 나타나고 있다. 그 끝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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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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