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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 많던 진보 대권주자는 어디 갔을까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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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범여권 지지자들은 요즘 걱정이 늘었다. 정치생명이 끝난줄 알았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사회생해서다.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할 절호의 기회였던 보궐선거는 고사하고 졸지에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군이 늘어났으니 신경이 쓰일만하다.  

보수 야권은 벌써부터 정권 교체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오세훈, 한동훈, 장동혁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보수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들 사이의 치열한 합종연횡이 궁극적으로 보수의 파이를 키워 집권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 믿고 있다.

진보 진영에도 얼마전까지만해도 차기 대선주자들이 즐비했다. 한때는 '7인 체제'니 '8인 체제'니 하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지금은 눈을 씻고 봐도 이렇다할 대선 후보군이 없다.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보수 주자들은 저마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진보 주자들은 존재감이 미미하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홀로 보수 야권 주자들에 끼여 힘겨운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보수· 진보 진영 대선주자 역전은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동반하락을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을 때는 그 주위에 있는 인물의 주목도도 높아진다. 국무총리나 청와대 참모, 여당 지도부 인사들이 자연스레 차기 대선 후보군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정권의 지지가 떨어지면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특출난 능력이나 자질이 돋보이는 경우가 아니고선 지지율 상승이 만들어낸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으면 대통령이 특정 인물을 골라 띄울 수도 있지만, 지지율 하락세에서는 그마저 통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집권 후 자신이 눈여겨 본 인사들을 점찍어 '대통령 픽'을 만들었지만 이젠 그럴 힘이 없다. 이 대통령이 낙점한 후보들도 지방선거 패배로 뒤켠으로 물러났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해도 후계자만큼은 억지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를 이끌 최소한의 자질이나 역량을 보여주지 않고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쉽게 얻기 힘들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오세훈 기사회생, 보수 대선주자 넘쳐
범여권에선 대선 후보군 빈약해 대조
진보진영 내부 갈등, 분열이 핵심요인

진보 정치권의 대선주자 기근에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진영 내부의 갈등과 분열이다. 전통 지지층과 친명 세력 사이의 충돌은 서로를 향한 공격과 비방으로 이어졌고,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절대로 져서는 안되는 곳까지 내줬다. 이 과정에서 몇 명의 대선주자급 인물이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추락했다. 진보 진영 후보군을 축소시켰을뿐 아니라, 되레 보수 진영 후보군은 늘리는 중대한 과오를 범한 셈이다.  

갈라진 지지층을 이용해 대선주자로 발돋음하려는 시도가 횡행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지지층의 반쪽만 붙들고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막무가내다. 강성 지지층 소구는 내부 분열 확대, 중도층 이탈, 집권세력 지지율 하락 등 악순환을 초래한다. 본인뿐 아니라 진보 진영 전체를 나락에 빠뜨리는 단견이자 자충수다.

진영 내부가 갈라진 채 대선을 맞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진보 정부에서 정권을 내준 두 번의 실패 사례의 공통점은 내부 분열이 극한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던 노무현 정부 말기나 지지율이 견고했던 문재인 정부 때나 이같은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지금은 아직 정권 초기지만 양상은 그때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진보 진영의 대권주자는 강성 지지층 결집이나 내부 권력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어느정도 진척이 된 검찰개혁과 내란청산 의제가 언제까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군이 빈약한 책임은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이 대통령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지층 단합을 호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영 내부와 논쟁을 벌이는 이 대통령의 모습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지지층 결속을 위해서는 줄기차게 '통합'의 목소리만 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신들도 힘을 모아 뽑은 대통령을 탄핵 운운하며 흔드는 유시민 작가 등 일군의 세력도 자중해야 마땅하다. 진보 정권의 성공을 위한 조언을 넘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진보 진영의 모습은 모두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질주 본능을 멈추지 못하는 레밍 무리를 연상시킨다. 정권이 교체되면 지지층의 성격과 무관하게 진보 진영 전체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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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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