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민석, '통합' 못하면 실패한다
신천지의 더불어민주당 개입 문제는 아무리봐도 김민석 대표의 패착이다. 논란을 부른 당사자는 김 대표인데, 이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신천지 집단 가입 사실이 당의 조사 결과로 확인됐다는 데, 발표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다면 어느 정도 수위로 할지 모든 게 지뢰 밭이다.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 가입이 자체 조사에서 확인됐다니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지 않을 수도 없게 됐다. 국민의힘의 신천지 가입을 맹비난했던 터라 '내로남불' 비판은 각오해야 할 처지다.
애초 신천지 의혹은 전당대회 도중 불쑥 나왔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이 발언이 정청래 후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당 내부는 벌집 쑤신 듯 갈등이 커졌고, 이제 다시 내분이 재점화할 위기에 놓였다. 만약 신천지 집단 가입 시점이 전당대회에 가까우면 김 대표가 제기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게 되고, 전당대회와 멀다면 김 대표가 전당대회에 이용할 목적으로 공연한 분란을 일으킨 게 된다. 어느 경우든 당의 내분과 갈등은 피할 수가 없게 됐다.
가뜩이나 당은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으로 골이 깊게 패여 있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적격성을 놓고 일부 강경파가 대통령의 자제 당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럴 때 중심을 잡아야 할 사람은 당대표다. 물론 명확하지도 않은 김 후보자의 '친윤' 성향을 고리로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듯한 일부 인사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는 의문이다. 추미애 경기지사와 김용민 의원 등 반대파를 만나 자제를 호소했다는 얘기는 없다.
김 대표 취임 후 두 달이 됐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인 "창조적 수평관계 확립"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 국면에서 "보면 볼수록 잘 된 인사"라고 했던 김 대표의 발언이 그 방증이다. 여권 주변에선 이 대통령의 '폭풍 SNS'에도 민주당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민주당이 정부의 주요 정책을 알리고 논란이 되는 이슈를 바로잡는 역할을 했으면 굳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다.
검찰개혁 내분 상황에서 갈등 커질까 우려
민주당과 김민석 살 길은 '닥치고 통합'뿐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서 김 대표가 우선해야 할 것은 당 내부의 통합이다. 민주당 계파 갈등의 근원은 친노·친문세력에 기반한 전통 코어층과 실용과 효율에 기반해 새롭게 유입된 친명계의 이질성에 기반한다. 이런 갈등이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표면화되더니 지금은 당의 기본적인 토대를 갉아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 지지율이 정부 출범 후 최저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당내 다툼에 염증을 내고 이탈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지층 통합과 포용은 김 대표의 취약한 지지 기반을 보완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18년 동안 당을 떠나있던 김 대표는 민주당에 자기 세력이 거의 없다. 그가 당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브랜드라기보다는 이 대통령의 낙점과 이에 따른 호남과 친명 지지층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차기 대선을 내다보고 있는 김 대표로서는 민주당 지지층의 절반만으로는 꿈을 이루기가 난망하다.
당장 김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직을 걸어야 할 판이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강릉 국회의원 재보선을 승부처로 삼고, 선거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선거에서 지면 김 대표의 앞날은 물론 민주당에도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다. 설혹 그 위기를 넘긴다해도 총선에서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당의 패배는 곧 김 대표의 정치적 실패로 귀결될 게 자명하다.
김 대표나 민주당이나 당내 반대세력을 껴안지 않고서는 지금의 난관을 돌파하기 어렵다. 선거는 물론이고 국정 운영도 보수와 진보 간의 세력 대결로 판가름이 나기 마련이다. 현재 보수 진영은 민주당 지지층의 내분을 기화로 파상적 공세를 펴고 있지만, 진보 진영은 갈갈이 찢겨진 형국이다. 진보 진영 내 단합을 위해서는 지금 호불호를 가릴 계제가 아니다. 김 대표에게 가장 시급한 건 '닥치고 통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