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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압승론'에 취한 민주당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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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조작기소' 특검법 사태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하필이면 왜 이 시점이냐는 것이다. 6·3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말썽이 생길 게 뻔한 법안을 서둘러 처리하는 이유를 도통 알 수 없어서다. 선거가 임박하면 숨 쉬는 것조차 조심한다는 게 정치판의 격언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오랜 금기를 따르지 않는 건 그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경각심이 결여됐다는 얘기다.  

추측해볼 수 있는 건 지방선거 후 치러질 전당대회다. 재선을 노리는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하루라도 빨리 이재명 대통령에게 씌워진 사법적 올가미를 벗겨내려는 친명계 핵심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일 수 있다. 특검에게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내용이 당내에 거의 공유가 안된 데다 갑작스럽게 발의된 것이 이런 짐작을 낳는다. 당장의 선거보다는 선거 후 벌어질 전당대회 '대회전'에 더 관심이 쏠려 있음을 보여준다.

여론 반발에 밀려 특검법 처리를 선거 후로 미루기는 했지만 여전히 당 내부는 정신을 못 차린 모습이다. 한 친명 핵심 의원은 "시민 10명중 8~9명은 '공소취소' 뜻을 잘 모른다"고 폄하했고, 또다른 의원은 "수도권 유권자들은 공소취소에 별 관심이 없다"고 했다. "지지자들 다수는 공소취소에 찬성한다"고 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선거 판세를 가르는 건 중도층이 누구 편에 서느냐고, 최종 승부는 격전지에서 판가름난다. 선거 전략은 물론이고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안이함과 느슨함이 묻어난다.

선거 현장에선 그 어느 때보다 '돈 선거' 의혹이 심각하다. 유력 도지사 후보는 현금 살포 영상이 공개돼 경선에 탈락했는데도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받은 시장 후보와 지역 유권자에게 현금을 제공하거나 식사를 접대한 의혹을 받은 구청장 후보가 줄줄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선거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나중에 경찰에서 혐의가 밝혀지면 그때 가서 재선거를 치르면 된다는 건가. 강선우·김병기 의원이 연루된 '공천헌금'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게 불과 몇 달 전인데 달라진 게 없다. 민주당 후보 경선이 곧 당선이라는 오만한 인식이 깔려있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소취소' 특검법, 보수결집 빌미
경선 '돈선거' 잡음도 오만의 발로
민심 외면하면 준엄한 심판 기다려

정 대표는 얼마 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해이해진 마음으로 선거가 다 이긴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가벼운 언행이나 오버하는 말들에 대해서는 당 대표가 엄중 조치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더니 정작 자신은 초등학생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는 사고를 쳤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도 젊은 여성들 손을 잡으며 "청래 오빠 파이팅"을 외치도록 했다. 이게 끝이 아니라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머릿속이 온통 음란마귀로 차있으니 섹슈얼하게 들리는 것"이라며 정 대표를 감싸다 더 큰 비난을 받았다. 당사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몰라도 유권자들 표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지금 민주당이 믿는 거라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밖에는 없다. 그간 민주당이 서민들 삶과 민생을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는 기억은 별로 없다. 민주당에선 광역단체장 선거 17곳중 14곳을 석권했던 '2018년 어게인'을 외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 개선 기대가 최고조에 오른 상태였지만 지금은 증시 고공 행진 외에는 호재가 눈에 띄지 않는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고물가·고환율, 부동산 등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가 산적해있다.  

민주당 자신감의 상당 몫은 국민의힘 덕분이다.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는 퇴행적 행태와 공천을 둘러싼 내홍, 장동혁 대표 리스크로 인한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그런 압승 기대감은 민주당 내부의 느슨한 기강과 태도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거꾸로 국민의힘이 소생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다. 선거에서 다 이긴 듯한 지도부의 패착과 언행이 보수결집의 명분을 안겨준 셈이다.

지금 민주당은 선거 압승 예상에 들떠 아예 분별력을 상실한 것 같다. 선거 막판 최대 변수는 국민의힘의 공세가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의 방심과 자만이라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선거에서 한 달은 판도를 몇 번이나 뒤집을 수 있는 긴 시간이다. 민주당이 민심 위에 군림하려 들면 유권자들은 언제라도 준엄한 심판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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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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