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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장' 한동훈의 명분없는 복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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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총선 참패 후 두 달만에 정치에 복귀했지만 준비 안 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거 패배에 대한 자기 반성이 부족했고, 국민의힘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전략이나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 모호한 태도에 머물렀습니다. 정치권에선 당내 팬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류에 편승해 당권을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전 위원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당권 도전 이유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민의힘을 만들기 위해 진짜 책임을 다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명분만으로 당 대표 선거에 나서는 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대표로 치른 총선에서 기록적 참패를 당했습니다. 물론 윤 대통령 책임이 더 크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지만 그렇다고 당 대표 책임이 희석되지는 않습니다. 한 전 위원장의 장황한 설명에도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으로 조기재등판했는지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성급한 출마선언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핵심이 빠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 전 위원장은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에 대해서도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선 "국민들께서 갖고 있는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당 주도의 특검법 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선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이라는 종전 입장에서 진전된 것이지만 결국 야당이 뽑는 특검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진실 규명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야권 주도의 '채 상병 특검법'에 제동을 걸고 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사건은)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는 비대위원장 때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발언보다 후퇴한 것입니다. 그는 대신 특별감찰관 임명과 제2부속실 설치 강력 요구를 약속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한 전 위원장이 보수정치 혁신 방안으로 내놓은 것도 구태의연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평적 당정관계 재정립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나와야 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빠져 있습니다. 그가 공약으로 제시한 보수 재건을 위한 외연 확대 계획도 비대위원장 때 발표한 것들과 대동소이합니다.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 정치개혁 약속은 재탕에 그쳤고, 의료대란, 연금개혁 등 당장의 현안에 대한 해결책은 추후에 제시하겠다며 미뤘습니다.

한 전 위원장과 함께 뛸 러닝메이트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당 대표로 선출되더라도 '친윤' 세력이 자신을 밀어내는 것을 막기 위해 지도부를 '친한' 인사들로 장악하겠다는 구상인데, 거론되는 인사들이 대부분 정치 경험이 없는 초∙재선 인사들입니다. 이런 진용으로 집권여당의 쇄신과 미래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옵니다.

한 전 위원장의 행보는 차기 대선에 맞춰져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패배의 경험을 정권재창출의 토양으로 삼겠다" "저는 워밍업이 필요 없다"는 등의 발언에서 대선을 향한 강한 의지가 읽혀집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성급한 출마선언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합니다. 총선 참패 결과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두달 지났으니 책임이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동칼럼] 윤 대통령, '6.29선언'을 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난맥상으로 "3년은 너무 길다"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김태일 전 장안대 총장은 윤 대통령이 나서 '6.29선언'을 하라고 제안합니다. 남은 기간을 절망과 좌절로 보낼 수는 없으니 용단을 내리라는 겁니다. 헌법 개정과 선거제도 개혁을 놓고 대타협을 통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전환의 계기가 요구된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정용관 칼럼] '윤심 타령'도 '어대한 타령'도 다 걷어치우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막을 올렸지만 관심은 '윤심찾기'에 쏠려있습니다. 동아일보 정용관 논설실장은 망가진 보수의 가치를 둘러싼 치열한 노선 투쟁을 예고하기 보다는 당내 역학 구도에 따른 줄세우기 양상이 엿보인다고 말합니다. 또다시 친윤이니 반윤이니 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는 비판에 직면할 거라고 경고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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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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