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장관의 중수청 '수사지휘권', 심상치 않다
검찰청법 베낀 장관 수사지휘권, 정치권력 수사개입 우려
경찰에는 없는데, 유독 중수청에 부여해 공정성 논란 자초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정치적 외풍 차단 입장 주목
다음달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성패가 정치적 외풍 차단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중수청법에 규정된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정치권력의 입김이 들어오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행안부는 수사 업무와 관련 없는 행정 조직이라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수사 역량 확보와 함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중수청의 최대 과제가 된 셈입니다.
중수청법 제6조는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 다만,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돼있습니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과 판박이입니다. 중수청법에 이 조항을 넣은 것은 행안부 장관을 통해 중수청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긍정적 효과보다는 권력이 수사에 개입하는 합법적인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권의 수사개입 우려를 키우는 가장 큰 요인은 행안부 장관 직위의 성격입니다. 행안부는 국정 운영과 선거 지원 등을 관장하는 터라 정치적 색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조직입니다. 장관에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을 앉히는 게 역대 정권의 관례였고, 이재명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습니다. 법무부 장관은 공소기관에 대한 사법적 통제 명분이 있지만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수사를 정치의 영향에 두겠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당초 중수청 소속을 행안부로 할지, 법무부 소속으로 둘 지를 놓고 벌어졌던 논란과 같은 맥락입니다.
중수청 수사관이 행안부 소속 특정직 공무원으로 묶여 정치적 입김에 한층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를 더합니다. 검사들이 부당한 수사지휘를 거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두더라도 변호사 취업이 가능해서였지만 대부분의 중수청 수사관들은 직장을 잃을 걱정 때문에 부당한 지시를 받아도 거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 인사권을 통해서도 수사에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중수청장 제청권과 허리에 해당하는 3~5급 수사관 임용권을 갖는 등 사실상 중수청 인사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소속 기관인데 경찰에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됩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대해선 행안부 장관의 관여가 금지돼 있고, 경찰청장에게 구체적 사건 지휘를 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심지어 경찰청장도 개별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할 수 없고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의 경우에만 국가수사본부장을 통해서 지휘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그런데, 경찰과 중수청 모두 사법경찰 조직인데도 유독 중수청만 정치권으로부터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검찰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대체하는 중수청은 '수사기관 위의 수사기관'으로 불립니다. 수사관만 2567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조직으로 반부패·경제 등 7대 중대범죄와 1차 수사 사건의 보완수사 전담, 다른 수사기관에 중대범죄 통보·이첩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합니다. 특히 최대 규모 청인 서울청에는 수사관만 1000명 이상이 배치되고, 조직도 '경제범죄수사국' '금융범죄수사국' '반독점수사국' '반부패수사국' 등으로 구성돼 인력과 조직면에서 검찰 특수부를 능가합니다. 검찰총장의 직할부대 역할을 했던 대검 중수부가 공룡화된 수사기관으로 재탄생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런 막강한 권한에 비해 정치적 외풍을 차단할 장치는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당장 중수청 출범 직후에는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형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외압을 얼마나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특히 수사의 독립성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될 초대 중수청장에 지명된 김지용 후보자에 대해 이런저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김 후보자는 후보 지명 후 중수청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공정성과 중립성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만 말했을 뿐 구체적인 방안에는 함구했습니다.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성패가 중수청에 달린 만큼, 장관의 수사지휘권 등 제도적 허점을 서둘러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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