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구애한다고 감세 카드 꺼낸 '나쁜 정부'
대통령실이 꺼낸 '종부세·상속세 완화' 방침이 중산층 보다는 등돌린 보수층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상속세나 종부세는 중산층의 세부담 줄인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자감세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 세금이 모두 부자들이 많이 내는 세금으로 그동안 재계와 보수층에서 줄곧 요구해온 것이어서 목적은 보수지지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더구나 세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꺼낸 감세 카드는 스스로 재정위기를 키운다는 점에서 '나쁜 정부'의 대표적인 예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상속세는 역대 보수정부에서도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부의 대물림을 줄이고, 불평등을 완화하는 순기능이 컸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그간 법인세 완화에 무게를 뒀을뿐 상속세에는 거리를 둬왔습니다. 이번에 상속세 완화 방침을 밝힌 성 실장만해도 올해 초 "상속세는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상속세 완화 방침을 시사해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진화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대통령실의 방침이 급선회한 배경에는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특히 보수층을 중심으로 급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전통적 지지기반인 초부자층의 결속이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깁니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에서 야당에 정책주도권을 뺏겨선 안 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난달 종부세 완화와 상속세법 개정 검토가 거론되자 위기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정작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는 상속세 완화에 난감해하는 분위기입니다. 세제당국은 그간 일반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반영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여당 내에서도 당정협의도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실에서 너무 앞서간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특히 성 실장이 상속세 인하율을 50%에서 30%로 인하한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한 데 대해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상속세 개편 논의는) 전체적 공감대가 제일 중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감세 카드는 무리수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올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 덜 걷혔습니다. 이대로라면 올해 세수펑크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지난해 56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 결손이 생겨 재정정책이 파행을 겪었는데, 올해도 세수펑크로 인한 재정위기가 불가피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제개편이 현실화하면 세수에 직격탄이 될 것이 명확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귀속상속세수는 19조에 달하고, 종부세도 7조원 가량 됩니다. 특히 종부세를 폐지할 경우 지방으로 갈 4조원 가량의 재원이 줄어들어 지방재정이 파탄날 거라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윤석열 정부가 말로는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 뒤로는 부자감세로 심각한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양극화 우려입니다. 올해 1분기 실질소득은 7년만에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로 서민생활은 피폐해지고, 내수부진으로 경제성장은 위축돼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자감세는 불평등과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패일 수 있습니다. 전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조세와 부동산정책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결정한다면 두고두고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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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대통령은 이러나 저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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