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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강선우, '국민정서법'을 어겼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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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의 결격 사유는 '국민정서법'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자녀 조기유학과 표절, 보좌진 갑질 등 민감한 사안에서 국민의 감정과 정서를 건드렸다는 주장입니다. '결정적 한방'이 없다며 관망하는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로선 실정법보다 우선하는 게 '국민정서법'이란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두 후보에게 제기되는 논란은 '불법' 여부를 다투는 게 아닙니다. 이 후보자는 논문 표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관련 학회도 같은 입장입니다. 자녀 조기유학 문제도 당시에는 조기유학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만연했던 터라 법적으로 심각한 처벌을 받을 일은 아닙니다. 강 후보자의 경우도 그에게 제기되는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이나 정책적 부적합성을 법적으로 재단할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런 점을 들어 사퇴에 부정적인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두 후보자 행위가 국민의 정서와 감성을 건드렸다는 점입니다. 이 후보자의 경우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논문에 '10m wjd도'란 표현이 나옵니다. 제자의 논문에서 '10m 정도'라고 적힌 것을 잘못 베낀 건데 'wjd'는 한글 '정'을 영문으로 잘못 입력했을 때 나오는 글자입니다. 이런 행태는 번역기 잘못 돌려놓고 영어제목을 'Yuji'라고 써놓은 김건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김건희 논문 표절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것은'논문 몇%' 표절이라는 수치가 아니라 'Yuji'라는 단어 하나가 상징하는 부도덕성이었습니다.

자녀 조기유학도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요인입니다. 충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 후보자는 두 자녀를 미국의 비싼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진학시켰습니다. 자신의 자녀는 중학교부터 해외교육을 받게 한 사람이 교육부 수장이 돼 교육정책을 논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좋게 보일 리 만무합니다. 당시 기준으로 초중등교육법 위반인 것도 논란이지만, 그가 앞으로 교육정책을 얘기할 때마다 줄곧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강 후보자의 경우는 더 심각합니다. 그가 보좌진에게 비데 수리를 부탁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게 하는 게 '불법'이라고 할 순 없지만, 국민들에게 '갑질'은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데서 알 수 있듯이 '갑질(Gapjil)'은 우리 사회 민낯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단어입니다. 특히 돈과 권력을 가진 특권층의 갑질은 국민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입니다. 강 후보자의 교체된 보좌진 28명 가운데 누구도 그의 편을 들지 않는 것에서도 갑질의 정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국민정서법'의 위력은 과거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가수 유승준씨로, 그가 대법원의 비자 발급 거부 위법 판결에도 아직도 입국을 하지 못하는 건 병역이라는 예민한 사안에서 국민 정서를 거슬렀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40년 간 외신기자로 일했던 마이클 브린은 저서 '한국, 한국인'에서 "한국에서는 어떤 쟁점에 대한 대중의 정서가 임계질량에 이르면 앞으로 뛰쳐나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야수로 변모한다"고 썼습니다.

'국민정서법'은 법치주의 원칙에 반하는 '떼법'으로 비판받기도 하지만 실정법이 사회 변화에 뒤떨어져 있거나, 특권층에 유리하게 법을 집행하는 경우 이를 바로잡는 효능이 있습니다. 고위공직자 전관예우나 병역면제 등 특권층의 부정의와 불공정 관행을 깬 것은 국민정서법 덕분입니다. 공직을 수행하는 국회의원이나 고위관료는 국민의 정서와 여론을 더 세밀히 살피는 게 마땅합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국민정서법'을 위배한 이진숙·강선우 후보자는 자진사퇴하는 게 맞습니다.

[메아리] 국민의힘은 다 망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윤석열 비상계엄 책임론을 둘러싼 당 내분이 점입가경입니다. 한국일보 최문선 논설위원은 리더가 없고, 총선이 3년이나 남은데다 혁신의 경험이 없는 점 등이 국민의힘 사태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국힘의힘은 미래의 반등을 당연시하지만 수도권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어 추락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경고합니다. 👉 칼럼 보기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기도가 권력의 의례가 될 때

종교가 권력과 연결될 때 부조리가 싹튼다는 건 오랜 역사적 교훈입니다. 한채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는 대통령이 개신교계가 주관하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관행부터 멈춰야 된다고 지적합니다. 세상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노력은 종교의 영역이지만 입법·사법·행정부를 대상으로 '복음화'를 시도하는 건 정교유착일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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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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