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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수산물 '광우병 사태' 될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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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대통령실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논란을 둘러싼 민심 악화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로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세 차례나 발신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것도 이례적입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논란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권 안팎에선 이명박(MB) 대통령 임기 초반 '광우병 사태'의 트라우마가 어른거린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런 우려는 대통령실 참모진 가운데 MB계가 다수 포진한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현재 고위급 참모진 중에는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최근 사퇴한 김성한 전 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강승규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MB계로 분류됩니다. 이들에겐 2008년 '광우병 사태'가 광화문 촛불시위로 이어지면서 국정 동력이 무너져내린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때는 미국산 소고기, 이번엔 일본 수산물로 같은 먹거리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이 '광우병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점도 대통령실의 불안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MB 정부는 여론의 광우병 우려에도 충분한 설명과 설득 없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을 강행해 국민적 저항을 불렀습니다. 이 때문에 취임 석 달 만에 MB 지지율은 20%까지 급락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한일 정상회담 기간 중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해 석연찮은 발언을 한 것이 도마에 올랐지만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의혹을 키우는 모습입니다. 이로 인해 지지율이 추락하는 것도 유사한 장면입니다.  

후쿠시마 수산물 논란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이 초래한 측면이 큽니다. 한일 정상회담 다음날부터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회담에서 후쿠시마현산 수산물 등의 수입 규제 철폐를 촉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3월 17일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접견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상 간에 나눈 대화는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는 식으로 부인하거나 확인해주지 않아 논란을 키웠습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일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 "사실 과거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또한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후 방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확인 작업을 거쳐 배출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인식이 확고한 윤 대통령으로선 이번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깊은 고민없이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학계에선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과학적인 증명'에도 우려의 시각을 보입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조만간  오염수 방류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일본과 IAEA와의 돈독한 관계를 들어 보고서를 크게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IAEA 전체 예산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분담률이 세계에서 세 번째인데다, 전임 총장이자 일본인인 아마노 유키야 총장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IAEA를 이끌었습니다. IAEA는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발표에 "일본 정부의 결정은 세계적인 관행과 일치한다"고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들어 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 일본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는 대통령실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제주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습니다. 후쿠시마 오염수와 수산물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매우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대통령실이 국민 감정과 먹거리 안전을 무시하고 '과학적 증명'만 기준으로 삼을 경우 '광우병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부터 직접 국민 앞에 서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책임있게 해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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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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