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왜 개헌에 반대하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원내 6개 정당의 개헌안 추진이 국민의힘 반대로 난항을 겪는 가운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이에 가세해 비판이 제기됩니다. 개헌안이 의결되려면 국힘 내 친한계의 동참이 필요한데, 계파를 이끄는 한동훈이 반대할 경우 1987년 이후 39년 만의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해져서입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비상계엄에 반대했던 그가 대통령의 계엄권 제한을 담은 개헌안에 반대하는 건 자기부정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태도는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강성 보수층을 의식한 정략적 계산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한동훈은 지난 19일 범여권의 '단계적 개헌 추진'에 법왜곡죄 등을 거론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헌법을 파괴하고 무시하면서 지키지도 않는 헌법을 뭐 하러 개정하느냐"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사법개혁 3법'을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개헌 반대 논리로 삼은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한동훈이 자주 구사하는 전형적인 논점 회피 화법에 불과합니다. 이번 헌법 개정은 비상계엄과 5·18 민주화운동, 지방분권 등 그간 정치권이 합의한 최소한의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한동훈은 '사법개혁 3법'과는 엄연히 다른 내용을 의도적으로 연결짓는 방식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명분으로 활용했습니다.
개헌 추진에 반대하는 한동훈의 모순적 주장은 '계엄권 제한'에서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범여권은 개헌안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도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거나 48시간안에 승인하지 않으면 즉시 효력을 잃도록 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습니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당시 국회가 해제결의안을 의결했는데도 국무회의를 거치느라 지체됐던 점을 고려한 조치입니다. 한동훈은 당시 "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즉시 계엄령을 해제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국회가 해제를 결의했으니 대통령은 헌법 규정대로 따라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이런 주장을 한 한동훈으로선 계엄권을 제한하는 개헌안에 찬성 입장을 밝히는 게 소신에 부합합니다.
한동훈의 '이중성'은 다른 항목에서도 나타납니다. 범여권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 전문에 함께 수록하기로 합의했는데, 한동훈은 과거 이를 적극 지지한 바 있습니다. 그는 국힘 비대위원장 시절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은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헌법 전문 수록 찬성 입장을 밝혔고, 같은 해 부마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부마항쟁 정신을 이어받겠다"고 했습니다. 범여권이 헌법에 추가하기로 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원칙에 대해서도 한동훈은 지난해 국힘 대선 경선에서 "우리 국토를 균형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개헌안에 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범여권이 추진하는 개헌안 내용이 자신의 주장과 일치하는 데도 한동훈이 반대하는 것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국힘은 개헌론에 '졸속 개헌' '헌법을 연성헌법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등의 이유를 대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습니다. 극우 유튜버 등 국힘 강성 지지층도 내란당 프레임 씌우기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출마지를 보수세가 강한 대구와 부산으로 저울질하고 있는 한동훈으로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입니다. 결국 자신의 정치적 소신보다는 국회 입성이라는 개인적 목표를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치르려면 국회 개헌안 의결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295명중 197명)가 찬성해야 합니다. 현 의석수 분포를 보면, 국힘 의원 중 최소 10명이 찬성해야 개헌안을 가결시킬 수 있습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하고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던 친한계의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투표 당시 찬성표를 던진 국힘 의원 18명 중 16명이 친한계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친한계 가운데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는 개헌에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동훈은 국힘 당권파로부터 제명당한 후 대구와 부산 등을 순회하며 '보수 재건'을 외치고 있습니다. 자신이 앞장서서 윤석열 노선을 끊어낼 테니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건너는 도구로 삼아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국민 절대 다수가 지지하는 개헌에 거부하는 건 책임있는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헌법 개정은 번번이 권력구조 논의에서 막혀 개헌 추진 자체가 무산됐던 사례를 감안해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대다수 국민이 동의한 최소한의 의제만 담았습니다. 한동훈이 진정 '보수 재건'을 하겠다면 대통령과 이를 의결하는 국회 구성원 다수가 개헌 추진에 뜻을 모은 드문 기회를 외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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