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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지방 행보,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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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선거운동을 방불케하는 행보를 이어가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쩍 늘어난 지역 방문에서의 언행이 법무부 장관이라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장관직을 이용해 총선 출마를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한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시민사회에선 정치에 뛰어들 요량이라면 당장 장관직부터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는 게 정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공직선거법에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엄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 9조는 '공무원이나 정치적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돼있습니다. 한 장관이 조만간 정치에 입문해 총선에 출마하게 되면 현재의 발언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행사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선거가 4개월여 남았지만 한 장관의 정치색 짙은 발언이유권자들에게 각인돼 투표행위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지 않아서라는 얘깁니다.  

한 장관은 지난 17일 대구 방문에서 "대구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왔다"며 "대구시민들이 6·25 전쟁과정에서 단 한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고 말했습니다. 국무위원의 언사가 아닌 정치인의 언어로 볼 여지가 다분합니다. 한 장관은 21일 대전 방문에선 "여의도 (국회의원) 300명만 쓰는 사투리가 아니라 5000만 국민의 언어를 쓰겠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송영길 전 대표를 겨냥한 정치공세 발언도 했습니다.

총선 출마에 뜻이 있는데도 1주일새 3번이나 지방을 다니며 여론의 관심을 끄는 행보를 하는 것 자체가 사전(事前) 정치 활동이라고 볼 여지가 큽니다. 한 장관은 대구 방문에서 기차표를 취소하면서까지 3시간 여동안 시민들과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대전에서도 지지자들의 연호와 사인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지방유세를 하는 정치인과 다름없는 모습입니다. 한 장관은 24일에는 조선업 숙련 기능 인력 도입 및 과학기술 인재 유치를 명목으로 울산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한 장관은 "국정감사로 미뤘던 통상업무"라고 하지만 집중적인 현장 방문과 그곳에서 내놓는 메시지를 보면 의도적인 일정이라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1년동안 지방행사에 5번 참석했습니다. 장소도 지방검찰청과 교도소 등에 국한됐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일정도 크게 늘고 법무부 관련 업무가 아닌 민생현장이 추가됐습니다. 심지어 대학과 조선소, 딸기 농가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선 그가 방문한 곳을 지도에 표기한 '동훈여지도(한동훈과 대동여지도의 합성어)'까지 만들어질 정도입니다.

문제는 한 장관의 이런 정치성 행보가 한동안 계속되리라는 전망입니다. 대통령실 주변에선 한 장관이 연말 개각대상에서 빠질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야당의 탄핵소추 등 특별한 상황이 없다면 사퇴시점이 후순위로 미뤄지는 분위기입니다. 여권 일각에선 '몸값 올리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규모 개각에 포함되는 것보다는 한 장관만 따로 발표해 출마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란 분석입니다. 한편에선 '이준석 신당'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제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있다"며 속내를 감추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그의 행보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포석이라고 여기는데 눙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공직을 활용해선 안 된다는 건 상식입니다. 한 장관의 지방 방문 일정은 국민 세금인 법무부 예산으로 집행됩니다. 선거운동 행보를 멈추거나 하루빨리 장관직을 내려놓거나 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입니다.

[김준기의 지평너머] 총선을 앞두고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입니다. 여당은 선심성 정책을, 야당은 정치혐오 와 대중의 인기를 좇느라 열중입니다. 경향신문 김준기 뉴스콘텐츠부문장은 반목과 대립, 혐오와 조롱으로 채워져 있는 우리 정치의 공론장을 건실한 민주주의 담론의 장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서둘지 않으면 극단의 포퓰리즘이 우리를 집어삼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 칼럼 보기

[박찬수 칼럼] 전자정부 추락, 보수 정부의 무능

지난 주말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디지털 정부'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한겨레신문 박찬수 대기자는 이전 정부가 쌓아 올린 전자정부의 기반마저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뿐 아니라 새만금 잼버리 대회 실패와 서울 도심의 대형 참사 등은 행정 운용과 대응 능력이 현 정부 들어 현저히 떨어졌다는 징표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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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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