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는 '나쁜 총리'였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예기치 않은 대통령 권한대행에 오르자마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어떻게 결정하는냐에 따라 자신의 운명은 물론 국가의 미래도 달라질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의 12·3 내란을 막지 못하고 사실상 동조한 내란죄 피의자입니다. 탄핵을 해야 할 부적격자이지만 정국 상황상 어쩔 수 없이 중책이 맡겨졌습니다. 하지만 계엄 사태 전까지만해도 '나쁜 총리'로 불렸던 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전히 큽니다. 한 권한대행이 민심을 따르지 않는 결정을 할 경우 탄핵을 지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인 한덕수는 국정 실패의 공동책임자입니다. 대통령 윤석열이 집권 초기부터 오만과 독선에 빠져 퇴행적 행태를 보이는데도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총리로서 한마디 직언도 하지 않았습니다. 통상전문가이면서도 '경제 문외한'인 윤석열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는 노력도 없었고, 그렇다고 이태원 참사와 새만금 잼버리 파행 같은 국가적 재난 사태에 어떤 책임을 지지도 않았습니다. '영혼없는 관료'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온 인물이 민주화이후 역대 최장수 총리 타이틀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것 자체가 코미디입니다.
한덕수의 기회주의적 처신은 총리 재신임 후 두드러졌습니다. 지난 4월 여당의 총선참패 직후 한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지만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윤석열이 유임의사를 밝히자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그 중 압권은 지난 9월 보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인이시다. 제일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한 낯뜨거운 아부 발언입니다. 당시 윤석열이 김건희 명품백에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그 정도면 국민께서 이해해주셔야 한다"고 말해 국민 가슴에 염장을 질렀습니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한덕수가 보인 답변 태도는 더 심각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이 의료대란 문제를 지적하자 한덕수는 "가짜뉴스다. 어디에 죽어나가느냐"고 했고, 경제위기 지적에는 "완전히 오도된 통계"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채 상병 외압 의혹 질의에는 "의원님 말씀은 다 틀렸다"며 언성을 높였고, 일본 오염수 방류 질의는 '선동'이라고 몰아부쳤습니다. 앞서 윤석열이 국무회의에서 "여러분들은 말로 싸우라고 그 자리에 계신것"이라는 말을 듣고 '싸움닭'으로 변했다는 말이 많았습니다.
한덕수의 '권력욕'은 12·3 계엄 선포와 그 후 행동에서도 극명히 나타납니다. 한덕수는 내란이 실패하자마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같이 국정운영을 주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윤석열을 법적 근거도 없이 배제한 채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건 권력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에 앞서 비상계엄을 심의하기 위한 국무회의가 열리게 함으로써 계엄 선포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게 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덕수가 사는 길은 국회 결정과 절대 다수 민심을 따르는 것뿐입니다. 21일 공포시한인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는데, 국회 의결로 성립된 법안 거부는 위임된 국정관리 권한을 넘어서고 정쟁을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반면, 헌재조차 인정한 공석인 재판관 3명 임명은 물론, 국회가 통과시킨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의 즉시 공포는 민심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총리실이 18일 이들 법안을 "12월31일 마지막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은 국민 뜻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입니다.
한덕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고건 총리 밑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습니다. 당시 고 권한대행은 헌재 소장에게 전화를 걸어 "심의 기간을 가급적 단축시켜 달라"고 당부하는 등 안정적 국정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한덕수는 권한대행이 된 후 "현 상황의 조속한 수습과 안정된 국정 운영이 제 긴 공직 생활의 마지막 소임"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마지막 공직이 더이상의 오욕을 남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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