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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늦은 사퇴, 쇄신 효과 없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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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여론에 떠밀리듯 이뤄진 김승원 후보자, 강훈식 실장 사퇴

개각에서 제외됐다 이틀 뒤 사퇴한 김용범 실장도 판박이

'사퇴 카드' 둘러싼 정무적 판단 제대로 작동하는지 의구심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장관 후보자 인사검증 실패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청와대의 잇단 지각 사퇴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 시점도 그렇지만, 강 실장도 한 발 빨리 사퇴 의사를 밝혔으면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효과가 컸을 거라는 지적입니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뒤늦은 사퇴로 개각의 쇄신 효과를 반감시켰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여권에선 청와대의 인사 추천과 검증 기능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방증인 만큼 전반적인 점검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강 실장 사의 표명 시점은 여러모로 의문이 남습니다. 대통령 출국 당일 최측근 참모가 사의를 밝히는 건 극히 이례적입니다. 대통령 해외 출장 기간 국내에서 청와대 업무를 총괄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퇴 예고는 내부 기강 해이를 초래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 대통령이 임무가 막중한 비서실장의 사퇴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출국한 것도 그만큼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됐음을 시사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사퇴를 하더라도 추석 연휴 이후 이뤄지는 게 현실적입니다. 연휴 기간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강 실장 사의가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의 공격에 떠밀려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김 후보자 탄원서가 사전에 청와대에 전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김 후보자 추가 의혹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임명 강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결국 자진 사퇴 '쇼'로 끝났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청와대가 김 후보자 사퇴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이 대통령 기자회견이 빛이 바랬을 아니라 국면 전환의 승부수로 삼으려던 계획도 헝클어진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정무 기능은 전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 후보자 탄원서가 청와대에 전달된 시점은 이 대통령 기자회견 전날은 지난 17일 오전입니다. 탄원서를 낸 김 후보자 전직 보좌관은 곧바로 홍익표 정무수석에게 전화가 왔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는 탄원서에 담긴 성추행과 음주운전, 보좌관 갑질, 회계부정 의혹 등에 대한 사실 여부를 김 후보자와 보좌진에게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 기자회견에는 이런 결과가 담기지 않았습니다.

만약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했다면 이 대통령 기자회견 전에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를 하도록 했어야 합니다. 전날 민주당이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대통령이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결단을 내리는 모양새를 갖췄어야 합니다. 이후 강 실장이 용혜인, 김승원 등 두 명의 후보자 낙마에 대한 인사 검증 부실에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김승원 사퇴→ 이 대통령 기자회견→ 강 실장 사의표명이 정무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용한 순서입니다. 이 모든 게 꼬이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 1일 사퇴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틀 전,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6개 부처 개각과 청와대 일부 참모진 개편을 단행했을 때 김 실장은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부동산·증시 정책 혼선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경제·부동산 정책 수장을 모두 교체하면서도 김 실장은 유임됐습니다. 그러다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부랴부랴 추가 인사를 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인사 자체가 중요한 국정 메시지인데, 개각에 맞추지 않고 한발 늦게 이뤄지는 바람에 기대했던 쇄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는 청와대 인사 시스템뿐 아니라 정무 기능도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재점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정무 기능은 어느 특정 부서뿐이 아닌 참모 조직 전체가 유기적으로 가동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핵심 참모 몇 명을 교체한다고 될 게 아니라 왜 정무 기능이 원활하게 작용하지 않는지 원인부터 규명해야 합니다. 강 실장 사퇴 이후 단행될 청와대의 쇄신 조치에는 이런 부분도 포함돼야 합니다. 누차 언급되는 얘기지만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레드팀 역할을 할 인사들을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향의 눈] 이러고도 청와대에 아무 일이 없다면

강훈식 비서실장 사의 표명으로 청와대 대폭 개편이 점쳐집니다. 안홍욱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청와대 참모들의 역할은 다른 관점을 제시해 대통령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럼 점에서 대통령 사건 변호인들이 민정수석실에 포진한 것이 이번 인사 검증 실패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합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는 참모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안선희 칼럼] '왜 민생복지 메가 프로젝트는 없는가'라는 질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지만 K자형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안선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은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정책 기조가 성장에 쏠려 분배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우려가 컸다고 지적합니다. 왜 대기업과 손을 잡는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있는데, 시민의 삶을 살리는 민생복지 메가프로젝는 없느냐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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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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