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특검, 어디서 꼬였나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한 가운데, 수사가 꼬인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채 상병 수사 외압 피의자들 무더기 영장 기각은 특검에 대한 법원의 비우호적 기류가 일차적인 원인입니다. 한덕수와 박성재 영장 기각에서 드러나듯 윤석열 내란에 대한 조희대 사법부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 부족이 이번 채 상병 사건에서 재차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명현 특검의 수사 방식 등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앞으로 수사 기간이 한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사실상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해병 특검이 처음부터 수사 방식 등에서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특검이 초점을 맞춘 수사 외압의 혐의는 직권남용입니다. 윤석열의 '격노'를 정점으로 대통령실과 군, 외교부·법무부 등이 부적절한 개입을 했다는 게 사건의 얼개입니다. 문제는 직권남용의 혐의 입증이 까다롭다는 점입니다. 실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도 난이도가 높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해병 특검은 직권남용을 입증할 진술과 증거 등 물증 확보에 주력했어야 한다는 게 수사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직무권한을 벗어난 행위를 했다는 점을 명확히 해 실질적 위법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 성패가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검은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사안의 본질인 윤석열이 이종섭 등에게 부당한 지시를 했느냐에 대한 유의미한 증거를 거의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두고 이명현 특검의 수사력을 지적하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물증 확보 실패에는 특검에 앞서 수사를 맡은 공수처의 늑장 수사 책임이 큽니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공수처 내부 '친윤 검사'들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수사를 방해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요 국면마다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 등을 방해하는 바람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그 사이 핵심 피의자들이 증거물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짙습니다. 공수처가 해병 특검에 인계한 증거물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증거 확보 실패에 더해 해병 특검의 수사 일정에도 문제점이 거론됩니다. 특검은 재판에서 직권남용 입증의 어려움에 대비해 최대한 핵심 관련자들 진술 확보에 집중했습니다. 혐의를 밑바닥부터 다지는 차원에서 200명에 달하는 실무자, 참고인을 조사했습니다. 주요 피의자에 대해선 6~7차례씩 조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사 일정이 늦어지고,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진술도 얻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수사 방식은 '구속영장 청구 후 기소' 방식으로 수사를 이어가는 내란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입니다. 법조계에선 해병 특검도 다른 특검들처럼 초기에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탑다운' 방식을 활용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론의 전폭적 지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장이 기각돼도 이를 참고해 후속 수사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었다는 얘깁니다.
결과적으로 이명현 특검은 첫번째 과제인 수사 외압 의혹 규명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핵심 피의자들 영장 기각으로 수사 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석열과 이를 이행한 대통령실 관련자들 수사도 난항에 빠졌습니다. 두 차례의 수사 기간 연장에도 특검 시한 만료가 한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임성근 구명 로비 수사도 현실적으로 표류할 우려가 커졌습니다. 기록 정리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2주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법조계에선 자칫 특검의 신병 확보가 임성근 전 사단장 1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비관론도 나옵니다. 법원에 대한 비판과 별개로 해병 특검의 부실한 수사력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이 청구한 핵심 내란과 국정농단 피의자들에 대한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이 논란입니다. 손원제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특히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한 영장전담 판사 3명의 성향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사태는 비상계엄 후 이들을 콕 집어 내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앉힌 조희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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