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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쇼핑의 또다른 논란, '과잉 경호'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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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김건희 여사의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 여사에 대한 '과잉 경호'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여사의 쇼핑에 수행원이 16명씩이나 동원된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입니다. 영부인에 대한 경호도 대통령 못지 않게 빈틈없이 이뤄져야 하지만 일정에 비해 과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입니다. 김 여사에 대한 경호 논란이 여러차례 제기됐던 만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 여사의 쇼핑 사실을 처음 보도한 리투아니아 매체 <주모네스>에는 김 여사와 수행원들이 걸어가는 뒷모습 등이 담겼습니다. 보도에는 일행이 모두 16명이었다고 돼있습니다. 복장으로 볼때 대부분이 경호원이고, 일부는 수행원으로 보입니다. 사진에서 나타나듯 도심 한복판을 십 수명이 무리를 지어 활보하는 모습은 위압적입니다. 외국을 방문한 정상 부인의 개인 일정에서 이렇듯 요란하게 경호원을 대동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현재 대통령실에서 영부인의 역할과 일정 등과 관련한 규정이나 매뉴얼은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제2부속실이 설치됐던 이전 정부도 별도의 규정은 마련돼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역대 영부인들은 공통적으로 외부 일정은 단출하게 한다는 원칙은 있었다고 합니다. 공식 행사가 아닌 개인 일정은 가급적 줄이고, 하더라도 수행원은 최소화한다는 게 통용되는 규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이런 암묵적인 룰은 해외 순방 중에 더 세심하게 적용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사국이 영부인을 초청하거나 비공식적 일정을 수행하는 경우 국가의 명예를 고려해 극히 절제된 행동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경호원이나 수행원을 몇 명 정도로 꾸려 방문국 국민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도록 유의한다는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리투아니아에서 다수의 수행원을 대동하고 쇼핑을 한 김 여사의 행동은 국격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제2부속실이 없는 상황에서 김 여사는 대통령 일정을 관리하는 제1부속실과 의전비서관실에서 동일하게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대통령과 영부인의 경계가 애매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 일정을 영부인이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각자 역할 구분이 모호해진다는 얘깁니다. 부속실 내에 김 여사의 일정을 관리할 전담 인력이 있다고해도 부속실이 별도로 있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불거진 넷플릭스 투자 유치 건이 그런 경우입니다. 당시 국빈 방미에 동행한 김 여사가 넷플릭스 관계자를 만난 것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김 여사에게도 투자 유치를 보고드렸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은 "중간중간에 진행되는 과정을 윤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를 드렸고,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에게도 보고드린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실 직원들이 김 여사에 대해 'VIP2'라 부르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지난 1월 있었던 김 여사 외부 일정과 관련된 소동이 단적인 예입니다. 김 여사가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과 오찬을 한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곧바로 해당 기사들이 모두 삭제됐습니다. 알고 보니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일정이 사전에 공개될 경우 경호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경호엠바고'를 요청해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지도부와 회동에서 "3·8 전당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경호엠바고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전당대회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고, 날짜까지 특정돼 김 여사 일정에 비해 경호에 대한 어려움이 훨씬 더 클 텐데도 기사 삭제 요청이 없어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치권에선 이런 일련의 문제가 대통령과 영부인에게 제대로 된 직언을 하지 못하는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김 여사와 관련된 일은 대통령실 내부에서 누구도 입도 뻥끗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지적입니다.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사태도 김 여사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규정이나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해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을 보좌하는 것이 김 여사에게도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바람직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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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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