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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권 선거', 온 정부가 나섰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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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의 총선 '관권 선거' 개입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입니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 중단 후에도 전국 각지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각 정부 부처는 과도한 국정 홍보로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등 중립적인 기관들의 편향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전문가들은 총선 앞에서 대통령과 정부 부처들이 국정을 정치에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를 퇴행시키는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정부의 관권 선거 논란을 맨 앞에서 이끄는 당사자는 윤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특별한 일정도 없는데 전국 곳곳을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사전투표를 위해 부산을 찾은 게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산항 신항 부두 개장식과 식목일 행사 참석차라고 했지만 최근 흔들리는 부산의 표심을 잡으려는 목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입니다. 뿐만 아니라 청년 벤처인 만남, 용산 어린이공원과 진관사 방문, 늘봄학교 강사 등 유권자들과 접촉을 늘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입니다.

정부 각 부처도 경쟁적으로 선거에 관여하는 분위기입니다. 총선에 불리한 발표는 미루고 윤 대통령 홍보는 강화하는 행태가 두드러집니다.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매년 4월10일까지로 규정된 전년도 국가결산보고서 발표를 이례적으로 선거 다음날인 11일로 연기했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세수 결손과 악화된 정부 재정 등 총선에 불리한 내용을 감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매달 초 발표하는 대파와 사과 등 주요 농축산물 수급·가격 정보를 선거일인 10일로 연기한 것도 같은 의도라는 해석입니다.

공무원과 군인들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논란도 불거졌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사전투표 전날 각 부처 공무원들에게 '대통령이 선택한 길'이라는 홍보영상을 시청하도록 권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샀습니다. 앞서 국방부도 장병 교육시간에 윤 대통령 강연을 특별교육하라는 공문을 전군에 내려보냈다가 시비가 일자 연기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관영매체의 대남 비방 보도를 '총선 개입'이라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란은 군사정권 시절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노골적으로 여당 후보를 찍도록 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관권 선거 논란에 휘말리기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기관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선관위의 최근 '대파' 투표소 반입 금지 결정은 상징적 장면입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선관위의 과잉 대응이 투표를 희화화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거방송심의원회의 MBC에 대한 집중제재도 선거 개입의 중심에 섰습니다. '미세먼지 1' 날씨예보에 대한 징계 등 잇단 법정제재는 급기야 예능프로그램인 '복면가왕' 9주년 특집방송 결방이라는 희대의 해프닝을 낳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미 토건개발·선심성 퍼주기 공약을 들고 전국에서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열어 관권 선거 시비가 일었습니다. 이젠 민생토론회를 못하게 되자 또다시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실상의 선거 유세를 하고, 정부 부처마저 적극 동조하는 모습입니다. 야권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악의 관권 선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정부가 선거에 관여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후유증은 이번 선거에 국한되지 않고 향후 정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뉴스룸에서] 김영호·신원식·이복현의 속내가 궁금해

총선 국면에서 안보부처와 금융당국의 선거 개입 논란이 도드라집니다. 한겨레신문 이순혁 기획부국장은 '북한의 총선 개입 시도'라는 성명을 낸 통일부와 윤석열 대통령 특별강연을 장병들에게 특별교육할 것을 지시한 국방부,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편법대출 현장 감사를 실시한 금융감독원을 대표적인 선거 개입 사례로 제시합니다. 👉 칼럼 보기

[36.5도] 나의 세월호 추모법 두 가지

올해가 세월호 10주기이지만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 남보라 기자는 특히 공영방송 KBS의 세월호 다큐 불방 사태를 주목합니다. 당초 총선 직후 다큐를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경영진이 총선 영향을 이유로 방송을 막은 데 대한 비판입니다. 세월호 애도의 시간을 앗아간 게 누구인지 집요하게 묻고 기억하는 게 또다른 세월호 추모법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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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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