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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장 지명 안 하는 이유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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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공언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석 달 가까이 공수처장을 지명하지 않는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이 국가 주요 기관장 자리를 별다른 이유없이 몇 달째 공석으로 놔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당초 총선 후에는 지명할 거라는 얘기가 나왔으나 현재 대통령실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황입니다.

공수처 안팎에선 윤 대통령이 눈에 가시같은 공수처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공수처 수장을 비워둠으로써 아예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가 오히려 채 상병 특검법의 정당성을 높여주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애초 염두에 뒀던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석 달 동안 8차례에 걸친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탈락하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판사 출신의 김 부위원장은 대표적인 '친윤석열' 인사로 분류됩니다. 추천위가 오래 끈 것도 여권 측 추천위원들이 김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뽑으려해서였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결국 추천위는 지난 2월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와 검사 출신인 이명순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두 후보는 모두 보수성향이어서 윤 대통령 입장에선 누구를 선택해도 별 무리가 없을 거라는 게 법조계의 견해입니다. 공수처 공전 사태를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이 신속히 한 명을 선택해 청문회 절차를 밟으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럼에도 지명을 꺼리는 것은 윤 대통령이 이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정권과 관련된 수사가 집중된 공수처장을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시각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최민희 방송통신위원 임명 지연 사태와 유사합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최 후보자를 야당 추천 방통위원 몫으로 내정하고 국회 가결을 거쳐 윤 대통령에게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자격 여부 유권해석을 이유로 7개월 넘게 임명하지 않았고, 최 후보자는 이에 항의하며 사퇴했습니다. 현재 방통위는 2인 체제의 기형적 형태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공수처도 이처럼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에선 공수처장 후보 인사검증을 인사 지연 이유로 대고 있지만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은 늦어도 열흘이면 된다는 게 통설입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기 공수처장 임명 때 추천이 올라온지 이틀만에 김진욱 후보를 지명했습니다. 주요 공직자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이자 의무라는 점에서 직무유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실제 공수처장 공석 사태가 길어지면서 현 정부 사건 등 주요 수사 속도는 더뎌진 상황입니다. 감사원 표적감사 사건의 경우 지난해 말 핵심피의자인 유병호 당시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압수수색과 소환조사가 진행됐지만 주요 관련자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채 상병 외압 사건도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태입니다. 수사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외풍을 막아줄 수장이 없는 공수처가 대통령까지 겨냥할 수 있는 수사를 이어가는 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법조계에선 이런 이유로 특검을 통해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공수처 일각에서도 "차라리 특검이 낫다"는 견해도 나온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을 겨냥한 칼날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형국입니다.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침햇발] 윤석열과 박근혜, 그 불길한 도돌이표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총선 패배 후 상황이 자주 대비됩니다. 한겨레신문 강희철 논설위원은 윤 대통령의 현재 처지는 남은 임기가 훨씬 길다는 점에서 더 혹독하다고 말합니다. 특히 더 심각하고 결정적인 문제는 김건희 여사 문제라고 합니다. 지난 2년간 누르고 묵히는 사이 더 위중한 사안으로 발전했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검찰의 피가 흐르는 정당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에서 검찰의 득세는 과거 군사정권 때부터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한국일보 강철원 엑설런스랩장은 윤석열 대통령도 갑자기 정치판에 등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검찰 선배들이 오랫동안 닦아 놓은 '권력의 길'을 잘 따라간 측면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금은 그 길을 한동훈이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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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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