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뒤에 숨은 공수처
'3대 특검'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또다른 주요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 수사는 5개월 되도록 손을 놓고 있고, 심우정 전 검찰총장 딸 특혜채용 의혹도 뒤늦게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관봉권 띠지 검찰 분실 사건도 수사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수처 존재 이유가 판·검사들과 핵심 권력자 비리 수사인데, 눈치를 보며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검찰 권한 축소로 상대적으로 우위에 서게 된 공수처 역할 강화 못지않게 내부 수사 의지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공수처가 현재 맡고 있는 주요 사건만 해도 10여 건이 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에 성과를 내거나 본격적 궤도에 오른 것은 손에 꼽을 만합니다. 고발을 받아놓고도 뭉개고 있거나 그나마 수사에 나선 것들도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마지못해 시늉을 내는 모습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 판사 의혹입니다. 공수처가 고발 사건을 접수한 게 지난 5월인데, 여태껏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데 그쳤습니다. 대법원이 공수처 수사를 이유로 지 판사 감찰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는데, 그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지 판사 의혹과 관련해 연 감사위원회도 공수처 수사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처리를 미뤘습니다.
심 전 총장 딸 외교부 특혜채용 의혹 사건은 늑장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고용노동청이 조사에서 밝혔듯이 특혜 의혹 가능성이 높은데도 공수처는 지난 3월 고발 접수 후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는 심 전 총장이 특검에 소환되자 그제서야 딸의 채용의혹을 수사한다며 지난 24일 압수수색을 실시했습니다. 공수처의 늑장 수사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해 최근에야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한 데서도 확인됩니다. 공수처는 2023년 사건이 촉발되자 감사원 등을 압수수색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다 2년 가까이 돼서야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입니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에 대한 공수처 태도도 석연치 않습니다. 이 사건은 공수처에는 지난 3일, 경찰에는 16일 고발됐습니다. 공수처 고발이 10여일 먼저였지만 양상은 달랐습니다. 공수처는 후속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경찰은 발빠르게 수사에 나서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이 검사에 한정돼있고, 수사관은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사건임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반응입니다. 대검에서 관봉권 수사를 담당한 서울남부지검 감찰에 나선 것을 의식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공수처가 해병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휘말려 논란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이 채 상병 사건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연루된 사실을 몰랐다는 국회 발언이 위증 혐의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그의 혐의를 묵인하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인 겁니다. 현재 순직해병 특검팀이 관련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는데, 채 해병 사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공수처로서는 이중의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선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에 무조건 힘을 싣는 법안을 추진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선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을 대폭 늘리고,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심사 중입니다. 공수처 수사 역량 부족이 만성적 인력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공수처 역할 강화는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습니다.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인력 확대와 수사관 임기 연장 등의 조치가 필수적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척결하겠다는 공수처의 수사 의지입니다. 공수처는 그간 인력 부족을 핑계로 채 상병 수사 외압 사건과 검찰 비리, 감사원 전횡 등에 사실상 눈을 감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비리에 맞서 결기를 보인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인력과 권한만 늘려줬을 때 어떤 부작용과 후과가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공수처 강화와 함께 가장 강력한 부패수사 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에 3500억 달러 납부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습니다. 서의동 경향신문 논설실장은 미국이 한국을 터무니없이 겁박하는 것은 한국은 그래도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이 뺨을 때려도 사랑의 손길로 여기는 '숭미의 마조히즘'이 만연한 나라라는 증거가 미국 대신 이재명 대통령을 나무라고, 여전히 성조기가 나부끼는 보수 집회가 보여준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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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산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일자리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정남구 한겨레신문 선임기자는 첨단기술에 능한 소수 전문가는 노동시장에서 더 각광받는 반면, 숙련 필요 기간이 짧은 사무직 일자리는 인공지능으로 대거 대체될 거란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 대한 엄청난 투자는 고용을 크게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