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뒤에서 웃는다
검찰개혁안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에 이견의 노출된 가운데, 이런 갈등의 배후에 검찰의 조직적 저항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검찰에 둘러싸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그들의 주장에 경도돼 검찰개혁 신중론을 대변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정 장관이 "당에 입법 주도권이 있다"고 몸을 낮추긴 했지만 법무부가 검찰 요구를 반영한 미온적인 개혁안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옵니다. 국민 대다수가 해체 수준의 단호한 개혁을 요구하는 만큼 정부가 검찰의 술수에 말려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 장관이 검찰에 휘둘리는 듯한 의심을 산 건 지난 25일의 국회 발언 때문입니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법무부에 둬야 하고,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며, 검찰청 명칭을 유지하는 한편, 국가수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중수청 법무부 설치, 보완수사권 보유, 검찰청 명칭 유지 등 거의 대부분이 검찰 시각을 반영하는 내용입니다. 수사-기소 분리는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인 만큼 최대한 검찰의 기능과 형태를 존속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검찰 내 기류와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우려는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잘나갔던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비롯됐습니다. 핵심 친윤 검사들이 물러났고, 중용된 이들은 상대적으로 '친윤 색채'가 덜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예상보다 친윤 검사들이 약진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습니다. 특히 검찰개혁안에 입김을 미치는 대표적인 인물로 법무부에선 이진수 차관과 성상헌 검찰국장, 검찰에선 검찰총장 대행을 맡고 있는 노만석 대검 차장 등이 거명됩니다. 이 차관의 경우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 때인 2022년 부장검사 이상 간부들이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성명을 낼 때 대표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권에선 정 장관의 입장이 대통령실과의 공감 속에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에서 검찰개혁안을 관할하는 부서는 민정수석실인데, 봉욱 민정수석이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봉 수석은대검 차장검사 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에 올랐으나 '검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해 낙마했습니다. 그는 검찰을 떠나서도 전직 검찰 고위간부들과 함께 민주당이 추진한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실과 법무부·검찰의 요직에 있는 인사들이 모두 검찰개혁에 반대했다는 점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닙니다.
사실상의 법무부 안으로 볼 수 있는 정 장관 발언 중에 가장 납득할 수 없는 건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입니다. 수사기관 견제를 위해선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데, 검찰의 전력을 보면 용인하기 어렵습니다. 2022년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관련 법안 시행을 앞두고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으로 법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법안 조문에 '~등'의 표현이 있는 것을 악용해 시행령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다시 넓힌 게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이번에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주면 어떻게든 영역을 키워 본래의 수사권을 되찾으려 할 거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우려입니다.
중수청을 행정안전부가 아닌 법무부에 두자는 주장도 터무니없습니다. 국가수사본부, 경찰에 더해 행안부에 중수청을 둘 경우 수사기관이 집중돼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지만 지금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할 권한이 없는 데다, 국수본이 경찰과 별도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기관 집중 문제는 그리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중론입니다. 오히려 수사기관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면 실질적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본질적 취지도 퇴색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정 장관을 비롯해 민주당 검찰개혁 방안을 비판하는 견해의 공통점은 검찰 중심으로 짜인 현행 수사 체계와 절차의 골격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80년 만의 대변혁에 대한 부작용에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현 시기의 최대 과제는 검찰의 권력독점 해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이 좌초된 과정을 돌아보면, 늘 검찰의 조직적인 저항이 뒤에 있었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검찰개혁에서 검찰이 어떻게 딴지걸기에 나설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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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실리콘벨리] 정치가 자본 고르는 '뉴 게임'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일부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자본주의 논란이 대두됐습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미국식 자본주의'가 더 이상 순수한 시장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세계가 다시 '정치가 자본을 고르는 시대'로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합니다. 중국이 만들고 성공하자 미국이 따라가는 이 시스템은 한국과 같은 수출 강국은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