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계엄 선포'와 무관할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시도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 계엄 선포에 김건희 여사가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계엄선포가 워낙 느닷없이 이뤄진데다 사전에 극소수만 알고 있었던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김 여사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치권에선 탄핵 추진이나 향후 관련자 수사 과정에서 이에 대한 의구심이 풀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 여사 개입설의 가장 큰 근거는 계엄 선포 결정의 전격성입니다. 여권 주변에선 윤 대통령의 갑작스런 계엄 선포가 비선라인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긴급 대국민 특별담화가 있기 한 시간 전까지도 대통령실의 핵심 참모들조차 계엄 선포 계획을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윤 대통령 등 2~3명이 독단적으로 이를 결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간 윤 대통령이 국정 주요 현안을 세세히 김 여사와 상의해왔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계엄령 선포는 윤 대통령 부부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인만큼 두 사람이 의견을 나눴을 거라는 게 합리적 의심입니다. 특히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김 여사로선 계엄령 선포가 미칠 파장을 따져보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김 여사가 계엄 선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한 것은 물론 결정 과정에도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여권 일각에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이런 시각에서 김용현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였다는 사실 관계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법적 문제를 고려해 김 장관 건의 수용으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계엄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허술함과 준비 부족으로 인한 여러 혼선은 계엄을 책임진 장관의 건의로 이뤄졌다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런 측면도 김 여사의 관여설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별 담화의 황당한 문구도 윤 대통령 직접 지시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에서 '대통령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거나 '국민들의 한숨이 늘어나고 있다'는 등의 표현은 공식 라인이 사용하지 않는 문구입니다. 계엄 포고령에 난데없는 전공의 복귀를 촉구한 대목이나 '처단' 등의 품격 낮은 표현도 윤 대통령이 넣었을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사유로 제시한 사항이나 최근의 정국 상황도 김 여사 관여설에 무게를 싣습니다. 국민의힘 친한계에서 10일로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서 '찬성'을 저울질 하고 있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도 윤 대통령 부부로선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윤 대통령 내외의 공천개입 의혹을 촉발한 명태균씨가 특검을 촉구하고 '황금폰'을 야당과 어론에 제공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렵게 일궈온 민주주의를 힘으로 짓밟으려 했다는 점에서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오직 본인과 배우자 방탄에 활용한 자신의 과오엔 철저히 눈감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무책임하게도 하루가 지난 4일까지 일언반구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은 계엄령 선포 과정을 소상하게 밝히고 모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동적인 계엄 시도에 대한 비판은 보수 언론도 예외가 아닙니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많은 폭탄을 던져 왔지만 계엄 선포는 가장 어리석은 자폭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윤 대통령의 다음 처신 역시 감정적이고 충동적일 가능성이 있고,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내용일 듯한 예감이 든다고 우려합니다. 👉 칼럼 보기
[안혜리의 시선] "저 믿으시죠?" 거역하면 처단합니다
중앙일보 안혜리 논설위원도 윤 대통령을 향해 이런 불안정한 인물이라면 다른 비상식적 행보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다고 걱정합니다. 계엄 선포는 이성적 판단이 결어된 채 극도의 흥분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계엄 결정을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합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국민이 이뤄온 성과를 하룻밤에 무너뜨린 괴물은 윤 대통령이라고 단언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