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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거부권 이유 제대로 설명이라도 하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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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방송 4법'과 노란봉투법, 25만원 지원법 등에 대한 무더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이번엔 국민을 납득시킬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예외적이고 특별한 권한에 속하는데 번번이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보내는 재의요구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나 엉터리 주장이 담긴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명의의 재의요구서는 역사적이고 헌법적인 문서라는 점에서 솔직하고 정확한 기술이 요구된다고 강조합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송부한 '이의서' 가운데 허위사실과 억지 논리가 가득한 대표적인 예가 '채 상병 특검법'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해외 출장 중 하와이에서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귀국 후 국회에 보낸 재의요구서에는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권이 야당에만 있으면 대통령 임명권 침해로 위헌'이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19년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법 사건에서 "여당을 특검 후보자 추천권자에서 배제하고 야당으로 하여금 특검 후보자를 추천해도 합헌"이라고 밝혔습니다. 야당의 특검 추천이 위헌이라는 주장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특검이 포함된 이른바 '쌍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재의요구서에 명시한 '이해충돌'도 억지 논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 검찰 수사가 더불어민주당 고발로 시작됐고 민주당 주도로 특검까지 추천해 수사를 진행하는 게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게 윤 대통령 주장입니다. 법조계에선 누가 고발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혹의 내용이 핵심인데, 이를 교묘히 얽는 것은 전형적인 궤변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서에는 잘못된 사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제출한 재의요구서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 결과를 인용했으나정작 농촌경제연구원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어떠한 분석도 실시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여러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특별검사를 도입한 전례가 없다'는 주장도 거짓말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나마 이들 법안은 장황한 설명이라도 있지만 상당수 법안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뭉뚱그리기 일쑤입니다. 2023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제출한 간호법 개정안 재의요구서에는 '시행될 경우 국민 건강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등의 간단한 내용만 담겼습니다. 간호법 개정시 어떤 점에서 국민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건지 구체적 설명이 없습니다. 그래놓고 의료갈등이 심각해지자 정부여당은 최근 입장을 바꿔 간호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우산업 지원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제출한 재의요구서도 불성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당시 요구서에서 밝힌 이유는 "돼지·닭 등 다른 축종 사육농가와의 형평성이 저해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우농가 호수가 급감하고 2026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가 폐지된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고의로 제외했거나 아예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총 21개 법안을 거부한 대통령으로 기록됩니다. 임기 중 45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합한 것(21회)과 같은 수치입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예외적으로, 신중히 행사해야 한다는 당위는 차치하고라도 이에 대한 설명 책임은 전적으로 대통령 몫입니다. 진실되고 소상한 설명으로 국민을 납득시킬 의무가 윤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36.5도] 이진숙 김문수의 노조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문수 노동부 장관의 극우적 역사관과 막말이 논란입니다. 한국일보 남보라 기자는 그중 가장 참담한 건 노조에 대한 뒤틀린 인식이라고 말합니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100만 명이 넘는 민주노총 조합원을 불온한 집단으로 전제하며 차별, 혐오발언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 칼럼 보기

[권태호 칼럼] '엘리엇 소송', 한동훈 자기 돈이어도 그랬겠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ISDS 판정 취소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해 수십 억원의 비용이 추가됐습니다. 한겨레신문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애초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도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집해 소송을 강행한 사실을 부각합니다. 이게 한동훈 대표가 말하는 유능의 결과냐고 묻습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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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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