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ome
  • 이충재인사이트
  • 이충재칼럼
  • 지난 인사이트
  • 공지 사항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 헛수고다

이충재
이충재
- 6분 걸림 -

검찰이 정치인과 언론인, 심지어 일반 시민까지 무차별적으로 통신 조회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한 수사 목적으로 일반 시민에게 이처럼 대규모로 수사의 그물망을 던진 건 전례없는 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윤 대통령 명예 훼손 수사는 헛수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이 여러 건 있었지만 한 번도 유죄로 인정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4명입니다. 화천대유 실소유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와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등입니다. 윤 대통령이 대검중수2과장이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보도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김씨와 신씨는 명예훼손 외에 청탁금지법과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사건의 쟁점은 의혹 보도를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할수 있는지,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입니다.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당시 상당수 언론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때 대검 중수부가 대장동사업 관련 대출브로커를 조사하고도 왜 처벌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검증은 언론으로서 당연한 역할이라는 점에서 검찰 수사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법원은 공직자 명예훼손죄 처벌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대통령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에는 일부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대법원에서 무죄가 나왔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이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생활 의혹 제기인데, 검찰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해당 보도가 공적 사안인 만큼 명예훼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정부의 민간인사찰 피해자가 개인블로그에 이명박씨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는데, 헌재에서 재판관 전원이 기소유체 처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악의성이 없고,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과 함께 "기소유예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일관된 입장은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보도에 일부 허위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립니다. 이런 점에 비춰 윤 대통령 의혹 보도와 관련된 명예훼손 사건은 무혐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당시 대출브로커에게 '커피 타준 검사'가 윤 대통령이 아니었다는 사소한 흠결만으로 보도를 허위로 단정하거나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처벌을원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수 없다는 뜻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 수사를 묵인했을 개연성이 높습니다. 검찰은 검사 10여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후유증이 이번 '통신 사찰' 파문으로 번졌습니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위해 검사들이 대거 동원되는 것도 문제지만, 최고 권력자가 자기 명예가 훼손됐다며 공권력에 호소하는 모양새가 합당한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홍성수 칼럼] 유엔의 '특별 당부', 대통령이 답할 때

새 인권위원장 임명을 앞두고 후보들의 자질 논란이 제기됩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달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이례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인권위의 독립성을 잘 지켜나갈 인사를 선택해달라'고 서한을 보낸 건 인사에는 관여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관행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인권위원장 후보들의 자질이 그만큼 우려된다는 얘깁니다. 👉 칼럼 보기

[오늘과 내일] 순살아파트 사태 부른 한 뇌물 심사위원의 변명

최근 건설 감리업체들의 금품 로비 수사 결과는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동아일보 신광영 논설위원은 감리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아온 한 심사위원이 아내에게 보낸 카톡 문자를 소개하며 건설 전문가의 도덕적 불감증을 고발합니다. 이런 불법의 생태계가 '순살 아파트' 사태가 벌어진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이충재인사이트

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당신이 놓친 글
임기 후반까지 '보복수사', 낯 뜨겁지 않나
임기 후반까지 '보복수사', 낯 뜨겁지 않나
by 
이충재
2024.11.21
의사 2천명 늘린다더니 3천명 줄어들 판
의사 2천명 늘린다더니 3천명 줄어들 판
by 
이충재
2024.11.20
트럼프 장남 두 번 방한했는데 안 만난 윤 대통령
트럼프 장남 두 번 방한했는데 안 만난 윤 대통령
by 
이충재
2024.11.19
대선 승자와 패자, 다른 '법의 잣대'
대선 승자와 패자, 다른 '법의 잣대'
by 
이충재
2024.11.18
당신이 놓친 글
임기 후반까지 '보복수사', 낯 뜨겁지 않나
by 
이충재
2024.11.21
임기 후반까지 '보복수사', 낯 뜨겁지 않나
의사 2천명 늘린다더니 3천명 줄어들 판
by 
이충재
2024.11.20
의사 2천명 늘린다더니 3천명 줄어들 판
트럼프 장남 두 번 방한했는데 안 만난 윤 대통령
by 
이충재
2024.11.19
트럼프 장남 두 번 방한했는데 안 만난 윤 대통령
대선 승자와 패자, 다른 '법의 잣대'
by 
이충재
2024.11.18
대선 승자와 패자, 다른 '법의 잣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