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왜 '판사 징계'에 관대한가
대법원이 최근 '술접대' 의혹을 받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와 제주지법 비위 판사들에 대해 징계 사안이 아니라고 밝히면서 판사 징계 실태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법원은 지 판사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해당되지 않고, 제주 판사들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이유를 댔는데,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들뿐 아니라 판사들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사례도 극히 적고, 징계 수준도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법조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여당 사법개혁안에 법관 징계 강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지 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징계 제외 사유는 궤변에 가깝습니다. 지난 20일 국감에서 대법원은 "술자리 결제 금액이 1인당 100만원 이하여서 징계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은 청탁금지법상의 처벌기준일뿐 징계의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쟁점을 흐리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위법성 여부를 따지는 '형사처벌'과 위법성이 없더라도 부적절한 처신을 제재하는 '징계'가 엄연히 다르다는 걸 대법원이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궁색한 변명을 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피해가려는 속셈이라는 얘깁니다.
대법원의 주장은 법관윤리강령과 법관징계법을 보더라도 터무니 없습니다. 윤리강령 제2조는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고 돼있고, 제3조는 '법관은 공평무사하고 청렴하여야 하며,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동을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윤리강령을 근거로 한 법관징계법 2조 2항은 '법관이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를 징계사유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판사'라는 공직자 신분을 감안하면 지 판사가 170만원 술자리에 동행한 사실부터가 청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합니다.
대법원 조사 과정에서도 애초부터 봐주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여럿입니다. 법관 품위 손상을 가리려면 해당 주점 성격을 파악해야 하는데 대법원은 현장 방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 판사 발언에서도 이 주점이 여성 접대원이 나오는 곳임을 인식한 사실이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곳을 찾은 것 자체가 판사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셈입니다. 술자리 결제 금액 170만원을 참석자 3명으로 균일하게 나눠 청탁금지법 저촉이 안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이 자리는 지 판사를 제외한 두 명이 제공한 것이고, 이중 한 명이 전액을 지불했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지 판사가 100만원 이상 술접대를 받았다고 해석될 가능성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근무시간에 낮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소란을 피운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들에 대한 징계 제외는 더 황당합니다. 이들 3명중 한 판사는 변호사에게 유흥주점 접대를 받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가 공개되며 '재판 거래' 논란을 빚었고, 또 다른 판사는 고압적 태도로 배석판사와 합의 절차없이 독단적으로 즉일선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사실관계 조사에 나섰지만 결과는 주의촉구 처분에 그쳤습니다. 서면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점에서 징계에 해당하지 않는 셈입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에 물의를 빚은 사실이 드러난 판사들에 대해 최소한 '견책' 징계가 나왔어야 할 사안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똑같은 경고라도 최소한 인사불이익을 받을 수 있도록 견책은 나왔어야 했다는 겁니다. 다른 직종이 공무원이라면 이 정도 사안에 최소 '감봉' 징계를 받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히 언론에 보도돼 사회적 물의를 빚는 경우 정직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판사들에 대한 징계가 유명무실하다는 얘기는 새롭지 않습니다. 최근 5년간 판사 징계 건수는 총 8건에 그쳤고, 그것도 정직 1개월 이하와 감봉 등 경징계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나라가 비위 판사를 강력하게 징계할 수 없는 이유는 관련법 때문입니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판사 징계 처분은 정직‧감봉‧견책 3종류뿐이고, 최대 처분도 '정직 1년'에 불과합니다. 검사의 경우 퇴직이 되는 해임, 면직까지 법에 명시돼있는 것과 비교하면 과도한 특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때문에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법관 징계에 면직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법관은 탄핵으로만 파면될 수 있다'는 헌법 조항 위배라는 얘기도 있지만 실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사례가 있습니다. 사법부가 자정 기능을 상실하면 입법부가 견제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자 권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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