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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의혹 왜 기자들을 고발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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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대통령실이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 결정에 관여한 의혹을 제기한 전 국방부 대변인과 언론사 2곳(한국일보·뉴스토마토)의 기자를 고발해 향후 수사 진행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의 언론 고발은 처음인데, 보도 기자들을 상대로 했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대통령실이 언론사가 아닌 해당 기자들을 고발한 것은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기자가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을 받게 되면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상당합니다. 우선 피의자 신분으로 여러 번 경찰이나 검찰에 출석해야 합니다. 변호사 선임 비용도 회사가 도와주지 않을 경우 기자 본인의 부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심리적 압박감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습니다. 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 소송을 각오해야 한다는 생각에 취재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해당 기자들이 형사처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사건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의혹이 제기된 천공과 김용현 경호처장 등의 휴대폰 위치 추적, 육군총장 공관 주변의 CCTV와 방문 기록 등을 통해 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발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에게 천공 방문 언급을 한 남영신 전 육군총장과 당시 공관 관리를 맡은 현역 부사관 등에 대한 사실 여부 조사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천공은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관련자들이 휴대폰을 여러 개 사용하는 경우라면 사실 확인이 더 어렵습니다. CCTV 보존기간은 시스템 설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수 개월에 불과해 1년 전 영상이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문 기록도 보도에 따르면 '천공' 것은 기록하지 않도록 했다니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사건의 열쇠를 쥔 남 전 총장은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이고, 당시 부사관은 현역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다른 난관은 관련법 저촉 여부입니다. 당시의 정황 증거들이 군사시설보호법, 대통령경호법 등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통령실, 국방부 등에서 이를 이유로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사는 장기화되고 실체 규명도 난항에 부닥칠 공산이 커 보입니다.      

물증 확보가 쉽지 않긴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결국 고발 당사자들을 기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사건은 다른 정부 기관도 아니고 대통령이 '나를 명예훼손한 자가 있으니 수사해서 엄벌해 달라'고 지시한 것이나 마찬가지 모양새입니다. 대통령실이 고발장에서 이 사건을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 '악의적 프레임' '가짜 뉴스'라고 규정한 마당에 무혐의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과거 정부에서도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을 했거나 민사소송을 걸었을 때 청와대가 이긴 적이 거의 없습니다. 도중에 소송을 취하하거나 거의 전부 패소판결을 받았습니다. 권력기관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공적 업무 수행의 주체인 만큼 여론의 광범위한 감시와 비판이 당연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소송에서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면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된 사항은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런 감시와 비판은 언론보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될 때 정상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 'MBC ‘광우병 보도’ 재판에서도 대법원은 "보도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기관이나 공직자의 ‘묻지마식’ 소송 남발을 차단할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상당수 소송이 승소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비판보도를 막기 위한 언론 통제용 소송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세계적으로 거의 사라졌습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은 물론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폐지하거나 사문화했습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2011년 한국 정부에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삭제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은 민주주의를 위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고 권고했습니다. 현재 국회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담은 형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만큼 심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읽기] 대구 모스크 건축 현장에서 돼지고기는 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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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지나친 국뽕과도 '헤어질 결심'을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 최종 명단에서 빠지자 국내 팬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조선일보 김성현 기자는 아쉽기는 하지만 지나친 '자국 중심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후보작에 오른 다른 영화들이 얼마나 수작인지, 올해 시상식에서 '아시아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는 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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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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