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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에 올인했던 '윤석열 외교', 최선이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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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부산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많지만 정부의 외교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투표 결과(사우디: 119, 한국: 29 이탈리아: 17)에서 나타났듯이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엑스포 유치에 외교 역량을 쏟은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며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과 국정운영의 반전의 카드로 삼으려 했다는 얘깁니다. 엑스포 유치를 명분으로 잦은 해외순방을 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은 사실상 윤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 대통령이 지난 1년여간 정상외교에서 가장 공들였던 분야 중 하나가 부산엑스포 유치였습니다. 윤 대통령이 앞장서자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관들뿐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한 재계도 유치전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이런 전방위적 활동은 부산엑스포 유치로 인한 경제와 다른 부수적 효과를 고려할 때 평가할 부분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정부의 기대와 달랐습니다. 외신에선 지난해부터 사우디가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사우디가 한국보다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오일 머니'를 앞세워 개도국들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의아스러운 건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 올해 초부터 갑자기 엑스포 유치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점입니다. 당시 정부 내에서도 "우리가 너무 늦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터였습니다. 정치권에선 엑스포 유치를 총선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정부는 엑스포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1차에서 3분의 2이상 표를 얻지 못하면 2차 투표까지 가서 승부를 결정짓는 방식에 기대를 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탈리아가 1차 투표에서 탈락해 한국과 사우디만 남게 되면 유럽 국가 표 다수가 한국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역대 엑스포 유치전에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지 않은 국가가 결선투표에서 역전한 사례는 없었다는 사실은 무시됐습니다.

사우디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지도력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진작부터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했습니다. 전체 182개 회원국 가운데 40개국을 차지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막대한 규모의 차관제공과 수출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프리카 정상회담을 열고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추가로 내놓았습니다. 한국이 구애한 국가들을 다시 찾아가 표단속을 했다는 외신보도도 나왔습니다. 한국이 아프리카를 찾아 저인망식 홍보에 나섰지만 엄청난 규모의 돈잔치에는 애초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 전망이 불투명한데도 기업들의 등을 떠민데 대해서도 여러 말이 나옵니다. 삼성전자, SK 등 주요 재벌그룹 총수들이 전 세계를 다니며 유치 활동을 폈는데, 이런 적극적인 참여에는 정부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유치 활동에 사용된 홍보비용을 기업들이 거의 부담토록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재계에선 엑스포 유치 실패로 특정 대기업이 욕받이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흉흉한 말도 돌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막판까지 엑스포 유치에 최선을 다한 것을 폄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엑스포에 외교 총력전을 펴는 게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통령실에서도 올해 잦은 해외순방의 명분을 엑스포 유치 활동으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국내에서 민생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치는 제쳐두고 엑스포 유치에 과도한 공력을 들인 것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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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