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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갈등에 중수청 표류한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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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당대회 쟁점화하면서 정작 검찰개혁의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새로 설치될 중수청 개청일(10월 2일)이 10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관련 법안의 윤곽이 나오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수사 권한과 범위는 물론 직제·예산·인력 등 모든 게 불투명해 자칫 그때까지 개청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개문발차 상태가 될 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합의한 만큼 이제라도 추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수청·공소청이 문을 열고 활동을 하려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데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6·3 지방선거 전에 법안이 처리됐어야 하지만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당정 이견으로 미뤄졌습니다. 현재 이를 두고도 정청래 전 대표는 정부가 법안 제출을 하지 않아서라고 하고, 김민석 총리 측에선 "당의 요구로 연기됐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공소청·중수청 설치법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부와 여당 모두 보완수사권 논의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찬반 여론이 뜨거운 사안이라는 점을 핑계로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냥 뒤로 미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중수청과 공소청 운영과 관련해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중수청은 6대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거대 수사 기관이라는 점에서 사전에 치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하지만 백지상태나 다름없습니다. 심지어 중수청에 필요한 인력 규모조차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1000여명, 행안부는 4000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인식 차이가 큰 상황입니다. 법무부는 가급적 인력 유출을 막으려 하고, 중수청을 관장하는 행안부는 가급적 조직 규모를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더 큰 문제는 검찰과 경찰에서 필요한 만큼의 인력 충원이 가능하느냐는 점입니다.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이 있는 검찰의 경우, 최근 검사 91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단 7명(0.8%)만 중수청 근무를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법무부가 검사들을 중수청에 차출하려해도 소속 부서가 법무부에서 행정안전부로 바뀌기 때문에 강제 발령 권한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경찰의 경우도 지금도 과중한 업무로 수사 부서 기피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중수청 지원자가 별로 없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때문에 일단 인력이 부족한대로 중수청을 출범시킨 뒤 순차적으로 충원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무를 중수청과 공소청에 이관해야 하는 검찰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직접 수사 기능이 폐지됐을 때 수사 인력을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 현재 각 일선청에 설치된 분야별 합동수사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고민입니다. 형소법과 시행령이 조속히 개정되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해오던 사건의 구체적인 이관시기와 방법, 절차 등을 둘러싼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수사 외에도 기존 검찰이 해온 인권보호, 사법통제, 범죄수익 환수, 피해자 지원 등과 관련한 기능 재조정도 법 개정 후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대로라면 자칫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수처는 지난 2020년 7월 법은 통과됐지만 처장 임명이 지연돼 6개월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출범했습니다. 수사 인력과 조직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태껏 출범 6년이 되도록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보다 10배 이상 큰 조직을 제 때 출범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각에선 중수청이 출범해도 중대범죄 수사는 사실상 멈추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정부가 입법에서 손을 떼기로 하면서 관련 입법은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조국혁신당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6일 검찰 보완수사권 완전폐지를 골자로 한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민주당은 그간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는 주자들 간에 보완수사권 문제를 당권경쟁에 활용하느라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 중수청·공소청 출범이 늦어지고, 그렇다고 속도에 치우치면 졸속이 되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민주당은 입법이 잘못돼 국민 피해가 커질 경우 검찰개혁 전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제라도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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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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