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 금지, 꼭 해야 하나
28일부터 새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이른바 '깜깜이 기간'에 돌입하면서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다시 불이 붙었습니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도록 돼있습니다. 이 규정에 따르면 6·3 지방선거 6일 전인 28일부터 정당 지지율이나 당선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없는데, 이 조항이 불합리하니 없애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많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금지 조항이 시대에 맞지 않는다며 오래 전부터 법 개정을 주장해왔습니다.
선거가 임박해서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도록 한 것은 선거 결과 왜곡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투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유권자들이 승산이 있는 후보자에게 표를 몰아주거나, 반대로 열세에 놓인 후보자 쪽에 표를 주게 되는 현상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특정 세력에 유리하도록 의도된 '가짜 여론조사'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도 방지하자는 차원으로 풀이됩니다. 선거 막판에 불공정하거나 부정확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될 경우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D-6 여론조사 공표 금지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의 가장 큰 모순은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차이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27일까지 허용되는 최종 여론조사는 28일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게 분명합니다. 28일 이전에 한 여론조사 결과는 깜깜이 기간에도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렇게 되면 29~30일 실시되는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는 최종 여론조사 결과를 본 뒤에 투표하게 됩니다. 하지만 6월 3일의 본투표자는 사전투표 후의 여론 동향을 알지 못한 채 투표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사전투표자와 본투표자의 형평성에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SNS를 통해 온갖 정보가 유통되는 요즘 시대에 여론조사 공표 금지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도 각 후보 측은 공표만 못할 뿐이지 판세 분석을 위해 여론조사를 계속 실시합니다. 우세한 후보 측이 이 자료를 의도적으로 외부에 유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열세 후보 측이 조작된 숫자를 퍼트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대선과 총선 때도 선거일 직전까지 특정 후보가 우세하다는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지가 SNS에 난무했습니다. 깜깜이 상태에서는 흑색선전과 비방의 파급력이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여론조사협회(WAPOR)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33개 국가 중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을 두지 않는 나라는 32%였습니다. 미국·영국·독일·스웨덴·호주 등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공표 금지 조항이 있는 나라들의 평균 금지 기간도 우리보다 짧아 1~2일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비교하면 공표 금지 기간이 선거일 전 6일간인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길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옵니다.
중앙선관위도 이런 점을 감안해 지난 2023년 선거 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기간 폐지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추진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공표 금지기간을 없애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판단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되, 사전투표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공표·보도를 금지하자고 밝혔습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1대 국회에서 13명의 의원들이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과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무산됐습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국회가 직접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은 주요 정당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깜깜이 기간을 놔두는 게 정치 신인보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유권자들이 가장 심각하게 투표의 가치를 따져봐야 할 기간에 핵심 판단 근건 중 하나인 여론동향 정보를 차단하는 건 불합리합니다. 이제 우리도 판세 정보를 투표 행위의 합리적 근거로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주권자 시민으로 유권자들을 바라볼 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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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성과급 협상이 타결됐지만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습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미래 사회 새로운 노동운동의 방향, 능력주의와 학벌에 따른 차별, 대기업에 종속된 수많은 하청업체의 어려움 등이 중요한 의제로 등장했다고 말합니다. 모든 노동 문제 현안에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