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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투자 보따리', 이재명 정부선 안 보인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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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새 정부 출범 때마다 관행처럼 발표됐던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이재명 정부에선 보이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과거 대기업들은 정부가 출범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 보따리를 풀었는데 이번엔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재계 안팎에선 대기업들이 이재명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눈치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용적 시장주의'를 표방하며 기업 친화적 색깔을 강조하지만 아직 뚜렷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라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에선 대기업들이 새 정부에 화답하는 식으로 급조된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대부분이 보여주기식이어서 제대로 실행되지도 않을 뿐더러, 정부와 대기업 간 유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현재까지 대기업 가운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투자 계획을 발표한 곳은 SK그룹과 LG그룹 정도입니다. SK는 수조 원을 투자해 AI 전용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LG디스플레이는 조 단위의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SK가 아마존과 손잡고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은 이미 확정된 내용을 발표만 새 정부 출범에 맞췄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드라이브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겁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투자라는 타이틀을 얻은 LG디스플레이 투자 계획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던 것과는 판이합니다. 당시삼성, SK, LG, 현대차 등 10개 그룹은 정부 출범 2~3주 만에 1000조원을 넘는 막대한 투자와 40만명 이상의 신규채용 계획을 내놨습니다. 당시 투자와 고용을 갑자기 크게 늘린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과 함께 정권 임기와 딱맞는 5년짜리 계획을 내놨다는 점에서 급조됐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5년 만에 '컴백'한 보수정권에 기대 규제 완화, 총수 사면의 숙원을 해결하려는 의도가 짙었다는 주장입니다.  

비슷한 일은 정권마다 반복됐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대기업들은 5대 신산업에 160조원을 투자하고 2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실행이 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 첫해엔 30대 그룹이 약 95조원, 박근혜 정부 첫해엔 10대 그룹을 중심으로 약 3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대부분 빈말에 그쳤습니다. 대기업 투자라는 게 글로벌 경제 전망과 미래 사업 방향, 주가와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마련되는데 정부 출범에 맞추어 눈도장을 찍으려고 억지로 쥐어짜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대기업들의 현실성 없는 투자 계획 발표는 정부에 반대 급부를 바라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와 채용으로 국민 정서를 유리하게 이끌고 정부와도 친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기업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의도입니다. 실제 윤석열은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이젠 정부가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며 법인세·상속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을 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는 세수 부족 사태의 원인이 됐습니다.

재계 주변에선 대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주시하며 투자를 저울질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특히 기업들이 우려하는 상법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의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민생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이재명 정부에 '코드 맞추기' 차원에서 어떤 형태로든 보따리를 풀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3일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삼성은 국내 투자와 고용을 이행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조는 중요합니다. 대기업들이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적극 나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보험'에 드는 관행은 정부로서나, 기업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기업 간의 건강한 관계 설정이 이재명 정부 국정 철학에도 합당합니다. 정부가 치적홍보에 기업을 동원하고, 기업은 적당히 들러리서는 구태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뉴스룸에서] 이재명의 기본사회와 흐릿한 복지

이재명 정부의 복지공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겨레신문 김소연 사회정책부장은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데 이 대통령의 복지공약은 느슨하고, 그나마 구체적 정책과 재정 방안도 구멍이 숭숭 나 있다고 진단합니다. 성남시장 재직시 3대 무상복지 정책을 뚝심 있게 관철해나갔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특파원 리포트] 7월 5일 일본 대지진설


일본에 7월 5일 대지진설이 퍼지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모습입니다. 조선일보 성호철 도쿄특파원은 2011년 3월 대지진을 맞힌 만화가 재개정판을 내면서 2025년 7월 5일 대지진이라는 예지몽을 소개한 것이 발단으로,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이 팔렸다고 전합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일본인은 담담하다면서 무탈한 하루의 끝맺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깁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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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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