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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출신 '정치 초보'들의 위험한 권력싸움

이충재
이충재
- 7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정면대결은 외형적으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사과로 보이지만 본질은 정치 문외한인 검사 출신들의 권력다툼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집권 2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 권력을 분점할 생각이 없는 윤 대통령과 미래권력으로서 입지를 공고히하려는 한 위원장 간에 이전투구가 표면화됐다는 분석입니다. 의기투합해 검찰 권력을 누려온 이들이 정치 권력마저 차지하면서 빚어진 일그러진 모습이라는 겁니다. 국정과 민생은 관심밖이고 오로지 권력을 잃느냐, 뺐느냐는 활극이 판치는 상황입니다.  

두 사람의 갈등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선 한동훈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초 윤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계획이었습니다. 한 위원장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기용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김 대표가 돌연 '총선 출마, 대표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윤 대통령의 구상이 꼬였습니다. 하지만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카드를 쓸 것인지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석열 아바타'라는 논란과 '정권 2인자'를 조기 등판시키는데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 취임 직후에는 윤 대통령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합니다. 한 위원장이 연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때리기에 집중하면서 총선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로 옮기는 전략이 들어맞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는 등 윤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긍정적 반응이 대통령실에서도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이 검찰만 잘 하는줄 알았더니 정치도 잘한다"고 칭찬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추이가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면서 대통령실 반응이 미묘하게 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답보상태인 반면 한 위원장 지지율만 고공행진을 하는데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겁니다. 이때부터 한 위원장이 전국 순회로 세몰이를 하고 빠르게 당을 '한동훈 체제'로 바꿔 세를 키우는 것을 두고 "자기정치를 한다"는 말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이 신년 업무보고를 겸해 지역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지만 상대적으로 이목이 한 위원장에 쏠리는 점도 흔쾌하게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결정적인 계기가 김경률 비대위원의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 문제라는 데는 여권 내에서 별 이견이 없습니다. 대통령실에선 김 비대위원의 발언이 한 위원장과 사전 조율을 거쳐 나왔다고 의구심을 갖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위원장과 김 비대위원이 과거 조국 사태때부터 인연을 맺은 끈끈한 관계로 비대위원을 시킨 것도 한 위원장이기에 '의도적 도발'이라는 시각이 강합니다. 그러나 한 위원장도 김 여사 문제에 변죽만 울렸을뿐 근본적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사퇴 종용은 자충수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갈등설이 밖으로 노출된 것 자체가 윤 대통령 러더십에 타격을 줄뿐더러 현실적으로 한 위원장을 몰아낼 수단도 없기 때문입니다. 김 여사 사과 요구 자체가 명분이 있는데다 총선 승리 차원에서 의원들이 한 위원장에 편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 최고위원 체제라면 윤 대통령 힘이 미칠 수 있지만 지금은 비대위 체제여서 한 위원장이 임명한 비대위원들이 반기를 들 여지도 없습니다. "비대위원장 거취는 용산이 관여할 일 아니다"는 대통령실 입장은 곤혹스런 현실을 반영합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를 권력 1,2인자 간에 권력을 쟁취하려는 암투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검찰때부터 손발을 맞춰온 두 사람이 날 것의 권력욕을 보인데 대한 비판이 제기됩니다. 검찰 안팎에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수부 검사 출신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을 존중하는 정치의 본질을 배우지 못한 채 자신들이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이루려는 본능이 발현된 것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대립은 미래지향적인 정책의제를 둘러싼 생산적인 갈등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부정적입니다. 특검과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 할 김 여사의 비리 의혹을 '사과' 수준으로 봉합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사태의 본질을 축소하고 왜곡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검찰공화국'으로 나라를 퇴행시킨 두 주역이 정치판을 난장으로 만드는 행태를 보는 국민의 눈길이 곱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김영희 칼럼] 김건희 디올백, 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라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둘러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충돌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겨레신문 김영희 편집인은 사태가 봉합되든 파국으로 가든, 대통령의 공적 사안에 대한 판단력, 나아가 국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결정적 장면이 될 거라고 단언합니다. 대통령이 당대표 교체라는 위법적 당무 개입까지 해야 할 사안인지 직접 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양권모 칼럼] 욕망의 정치, 윤 대통령의 '싸구려 포퓰리즘'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정부가 선심성 정책을 잇달아 내놔 논란입니다. 경향신문 양권모 칼럼리스트는 주식이든 아파트값이든 유권자의 욕망을 자극해 정치적 지지를 얻는 '욕망의 정치'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무능과 실정, '김건희 리스크'까지 겹쳐 지지율 30%대에 고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오로지 기대는 게 '싸구려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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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