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부하들' 돌아오자 벌어진 일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들이 탄핵 기각으로 속속 복귀하면서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불법적인 2인 체제를 재가동하고 있고, 최재해 감사원장은 돌아오자마자 국회가 요구한 감사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을 뭉개고 있습니다. 김건희의 각종 혐의를 봐주다 탄핵소추됐으나 살아난 이창수 서울지검장도 여전히 김건희 의혹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모습입니다. 시민사회에선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면서 국정이 내란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탄식이 쏟아집니다.
탄핵 기각 후 가장 거침없이 행보를 재개한 사람은 이진숙입니다. 그는 복귀 일성으로 "2인 체제에서 할 일이 많다"고 하더니 곧바로 EBS 사장 임명에 나섰습니다. 지난 13일 대법원에서 방통위 2인 체제 하에서 이뤄진 MBC 방문진 이사 선임을 정지하라고 판결해 2인 체제 위법성이 증명됐는데도 윤석열 탄핵을 앞두고 서둘러 공영방송 '알박기' 인사에 나선 겁니다. 최소한의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채 내린 방통위 결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어서 나중에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더 기막힌 건 EBS 사장 후보에 이진숙과 이해충돌 관계에 있는 신동호 현 EBS 이사를 선임한 행위입니다. 이진숙이 MBC 기획본부장이던 시기 신동호는 아나운서국장이었고, 이후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EBS노조는 방통위에 사장 임명 과정에 이진숙이 참여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기피신청서를 접수했지만, 이진숙은 이마저도 각하하고 26일 결국 신동호를 사장으로 선임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입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복귀해 내린 첫 조치는 윤석열 정부 의혹 감싸기입니다. 감사원은 25일 방통위의 '2인 구조'와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을 감사해달라는 국회의 요구안을 사실상 기각했습니다. 국회가 문제 제기한 여러 사안 모두 결론을 내리지 않거나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국회 결의로 착수한 감사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감사원은 국회 감사 요구에 지난해 11월 일주일간 실지감사만 했다가 감사원장이 돌아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감사원에는 국회가 청구한 45건의 감사안이 쌓여있는데 앞으로 줄줄이 기각 결정이 내려질 거라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검찰의 행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직후 내란 사태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검찰은 윤석열 석방 후 본래 모습으로 회귀하는 양상입니다. '명태균 게이트'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친윤' 이창수 지검장이 돌아온 뒤 더욱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당초 '명태균 황금폰' 분석이 끝나면 김건희를 소환한다더니 감감무소식입니다. 사건의 본질은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으로 이미 육성녹음 등 물증이 확보됐는데도 전혀 수사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윤석열 부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을 검찰이 앞장서 보호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되찾은 한덕수는 '윤석열 복귀'를 염두에 두는 듯합니다. 통합과 안정을 직무복귀의 일성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헌재가 위헌으로 판단한 마은혁 재판관 임명여부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덕수 앞에는 당장의 산불대응은 물론 악화되고 있는 민생경제, 불안정한 대외관계, 위험수위로 치닫는 사회갈등과 대립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쌓여있습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데 윤석열과 단호히 절연하지 못한채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이런 퇴행적인 현상은 윤석열이 어처구니없이 풀려나고 헌재의 윤석열 탄핵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법원과 헌재가 탄핵 반대 세력의 불순하고 정략적인 주장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윤석열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직자로서 임무보다는 인사권자만 쳐다보는 이들의 관료적 행태도 문제지만 이런 빌미를 주고 있는 헌재의 무책임한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선고가 늦어지면서 극우 진영에선 기각에 대한 기대가 넘칩니다. 한겨레신문 박현 논설위원은 윤석열에게는 마키아벨리즘과 나르시시즘, 사이코패스 성향이 함께 농축돼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가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라면 사회가 대혼란에 빠지는데, 대한민국이 지금 그런 상황이라고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
[김광호 칼럼] '계엄 양비론'을 허용해선 안되는 이유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에서 윤석열 내란 사태를 양비론으로 호도하는 일이 횡행합니다. 경향신문 김광호 논설위원은 보수진영에서 양비론 판을 깔고 점차 내면화하다보니, 계엄 망동은 애국적 행위로 돌변한다고 말합니다. '계엄 양비론'을 절대 허용해선 안 되는 것은, 그 악에 결국 우리 모두가 희생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