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의 요건
윤석열 대통령 육성 녹음 공개 후 중도하차 여론이 치솟으면서 윤 대통령의 행위가 탄핵 요건에 해당하는지 관심이 쏠립니다.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등의 수사가 시작돼 혐의가 드러나면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될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법조계에선 그게 아니더라도 추상적 헌법규정 위배만 따져도 어느 정도는 탄핵 조건에 부합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준거가 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입니다. 박근혜 탄핵선고문은 대통령 탄핵의 요건으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파면해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파면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큰 경우'라고 명시했습니다.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깁니다.
윤 대통령은 아직 혐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공천 개입' 의혹이 드러나면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영선 해주라"는 윤 대통령의 육성 녹음은 본인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이나 다름 없습니다. '공무원이 직무나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에 저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여론조사를 '공짜'로 이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선인 신분이 공무원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있지만 여론조사와 공천이 연결된 것으로 드러나면 두 법이 모두 적용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해석입니다.
법률보다 더 탄핵의 요건에 해당되는 건 헌법 위배 여부입니다. 헌재는 박근혜 탄핵 결정에서 법률보다 추상적인 헌법 규정에 집중했습니다. 헌재는 박근혜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헌법 제7조1항에 위배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국가공무원법 제59조와 공직자윤리법 제2조,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와 7조를 위반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위반 여부보다는 '공정하지 않은 직무 수행' '사적 이익 추구나 개인이나 기관에 부정한 특혜' '지위나 권한 남용' 등 대통령의 공익실현 의무 위배에 초점을 뒀습니다.
이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천 개입'만으로도 헌법과 법률을 모두 위반한 게 됩니다.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부당한 특혜를 줌으로써, 직무를 공정하지 않게 수행한 것이 됩니다. 공천 개입이 확인되면 헌법뿐 아니라 법률에 있어서도 국가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법 위반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입니다.
박근혜 탄핵문에서 눈여겨 볼 대목이 또있습니다. 헌재는 '박근혜가 최서원(최순실)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면서 이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이른바 비선 조직의 조언을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를 비난했다'는 점도 주요 탄핵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최순실을 김건희 여사로 바꾸면 전혀 다를 게 없습니다. 윤 대통령이 공적 지위가 없는 김 여사의 조언에 따라 인사 등 국정을 폈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고 야당과 언론을 압박했다면 이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채 상병 외압 의혹 사건과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처가 특혜 의혹 사건, 대통령 관저 증축 과정에서의 불법, 검찰총장 당시의 고발 사주 의혹 등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여러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면 탄핵 요건에 해당되는 범죄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반하고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했다며 파면을 선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행위는 이와 얼마나 다른지 국민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루 다르게 최저점을 찍고 있습니다.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는 명태균씨의 폭로는 '트리거'일뿐, 윤 정부 지난 2년은 무능과 무지, 무위, 무책임으로 일관한 시기였다고 말합니다. 용산에선 반전카드를 고심 중이지만 윤 대통령 부부에겐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고, 남은 건 책임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권태호 칼럼] 대통령 거짓말에 놀라지 않는 나라가 됐다
명태균 사태와 관련한 대통령실의 거짓말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한겨레신문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윤 대통령은 거짓말에도 '성의'가 없다고 일갈합니다. 금세 탄로나고 망신당한 게 벌써 몇번인데 계속 반복되는 건 아무런 부끄러움도 미안함도 심각함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남은 2년 반, 또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