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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윤 대통령, '이동관 후폭풍' 감당할 수 있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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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이 결국 이동관 대외협력특보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지명할 모양이다. 근 한 달가량 내정설을 띄워놓고 여론을 살폈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이 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의혹이나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의 '방송 장악' 논란은 귓등으로 들었다는 얘기다. 보수 진영에서조차 제기되는 우려를 무시하고도 민심을 살폈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금 윤 대통령 머릿 속은 어떻게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차 보인다. 그 중 하나가 방송 길들이기다. 자신의 지지율이 낮은 것은 지상파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원인이니, 이를 바로잡으면 지지율도 오르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확고해 보인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사람은 이동관밖에 없다고 윤 대통령은 진작 마음을 굳힌 것 같다.

임기 두 달 남은 방통위원장을 쫓아내고 이 특보를 서둘러 임명하려는 것도 총선을 겨냥한 포석일 것이다. 총선을 D데이로 놓고, 그 전에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와 좌파 패널 교체 등 산적한 과제를 처리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방송 장악이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인물과 일정까지 정교하게 짠 시나리오를 보는 듯하다.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옷을 정해놓고 신체를 욱여넣는 격이다.

당사자도 이런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이 특보가 최근 아들 학폭과 관련해 낸 입장문은 섬뜩하다. 그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 가운데 유독 MBC를 콕 집어 "실체가 불분명한 이른바 '진술서'를 어떤 동의 과정도 없이 공영방송에서 보도한 무책임한 행태를 개탄하며 방송의 자정능력 제고가 시급한 것을 절감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자신이 방통위원장이 되면 '날리면-바이든' 파문을 빚은 MBC를 가만두지 않겠다는 겁박을 노골화한 셈이다.

이 특보 아들 학폭, 방송 장악 논란 문제없다 판단
오로지 총선 앞두고 공영방송 길들이려는 생각뿐
尹의 '오기 인사' 국정 운영에 심각한 후유증 초래
언론자유 후퇴, 민주주의 퇴행 어떻게 책임질 건가

방송을 손볼 적임자로 이 특보 낙점을 결심한 윤 대통령에게 국회 인사청문회는 요식절차에 불과하다. 지난 1년 동안 10여 명의 고위공직자를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했으니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이 특보 아들 학폭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쏟아져도 소 귀에 경읽기 일 것이다. 이미 여당에선 학교폭력이 아니라 '동급생 간 다툼'이라고 프레임을 전환했다. 엄연한 사실을 정치적 공방으로 물타기해 본질을 흐리는 수법은 여권의 단골 메뉴다.

자신이 점찍은 인물은 어떤 논란에도 시키고야 마는 윤 대통령의 '오기 인사'는 정평이 나 있다. 지난해 1기 내각 구성 때 여론의 질타로 낙마한 인사들 대부분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됐는데도 윤 대통령이 밀어붙였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문제가 된 사안들이 검증에서 확인돼 보고까지 이뤄졌지만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괜찮다고 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인사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윤 대통령의 인사 고집이라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마음대로 인사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새 대법관 임명과 관련해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임명 거부를 시사해 당초 거론되던 인사들이 제외된 것은 사법부 독립성과 삼권분립을 훼손한 위헌 행위다. 윤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각종 논란에도 임명시키더니 결국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낳았다. 그런데도 끝끝내 자리를 보전해주려다 헌정사상 첫 국무위원 탄핵 소추라는 오명을 안겼다.

이 특보 임명이 가져올 후폭풍도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개된 이명박 정부 '언론장악 문건'은 조만간 방송가에서 벌어질 사태의 예고편 같다. 문건에는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방송사 내부 동향을 파악해 블랙리스트를 작성, 비판적 언론인을 배제하는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겨 있다. 이 문건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생산했는데, 당시 홍보수석이 이 특보였다. 내년 4월 총선 때 이런 장면이 재연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 특보가 '대통령의 입'이자 핵심 참모로 일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날개없이 추락했다. 수많은 언론인이 해직되거나 기소됐고, 다른 작업장으로 유배됐다. 한국 언론의 흑역사로 기록된 시기다. 윤 대통령은 이제 그 암흑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한다. 조연은 칼을 한 번 휘둘러 봤던 이 특보에게 맡기려 한다. 언론 자유 후퇴와 민주주의 퇴행의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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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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