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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승자와 패자, 다른 '법의 잣대'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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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되자 동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관심이 쏠립니다. 나란히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법의 심판대에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검찰이 '명태균 게이트'를 명품백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처럼 덮으려 할 경우 검찰의 존폐조차 장담할 수 없는 역풍이 불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법원의 이 대표 선고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선거 민심을 왜곡할 수 있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온 판례와 정신을 감안한 것이라 해도, 말 한마디에 대한 대가치곤 너무 치명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누군가의 기억이나 인식상태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됐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큽니다. 경솔한 발언을 한 이 대표에 원인 제공의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력 대선주자의 피선거권이 제한되는 데 대한 파장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 패자와 승자 사이의 법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불거집니다. 윤 대통령의 경우 대선 후보 시절 허위사실공표죄로 최소 11건이 고발됐는데, 이중 6건은 불기소처분이 내려졌고 5건은 처분이 아예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 계좌를 전부 공개했다"고 허위진술한 혐의와 김만배 씨와의 관계에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고 허위진술한 의혹에 대해 고발당했습니다. 장모 최은순씨가 "상대방에게 50억원 정도 사기를 당한 것"이라는 발언도 허위진술 혐의를 받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에 대한 기소와 판결과 비교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는 편파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명태균 게이트'로 눈길을 돌리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 부부 의혹 수사는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다는 게 곳곳에서 포착됩니다. 가장 큰 의혹인 '공천 개입'만 해도 명씨 영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 관련 내용이 단 한 마디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법조계에선 적어도 공개된 윤 대통령 육성 녹음의 존재라도 담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수사 확대에 대비한 핵심 단서를 관련자 영장에 넣는 수사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 부부에 쏠린 시선을 돌리기 위해 프레임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12일 창원지검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조사할 방침이라는 보도는 검찰 쪽에서 흘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 전 대표가 명씨에게 보냈다는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공천을 협의하는 등 공천 최종책임자로서 역할을 방기한 것도 문제긴 하지만 사건의 몸통이 윤 대통령 부부란 점에서 '명태균 게이트'의 방향을 돌리려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검찰의 이런 태도는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수사가이드라인으로 이미 정해졌다고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육성 녹음에 나온 자신의 발언("김영선이 좀 해줘라")은 외압이 아니라 공직선거법상 허용되는 '단순한 의견개진'이라고 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해도 제1호 당원인 대통령의 조언으로 선을 그을 것이란 전망의 배경입니다. 동시에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선 공직선거법 대상이 아니라고 빠져나갈 공산이 큽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전달한 500만원도 단순 격려금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에선 명씨 구속 이후 검찰이 선택할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됩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핵심 의혹인 '공천 개입' 부분은 전혀 안 할 수 없으니 최대한 느슨하게 할 거라는 예상입니다. 이 전 대표와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해 이 전 대표가 폭로한 공천 대상자 등을 차례로 조사하며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여사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는 고사하고, 출장조사도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검찰은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구속영장에 "돈을 받고 공천에 개입해 대의제 민주주의를 망가뜨렸다"이라고 썼습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조작 댓가로 공천을 줬다면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훼손한 중대 범죄인 셈입니다. 진상을 규명하려면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드러웠던 촘촘한 그물을 검찰이 윤 대통령에게 똑같이 던질지를 국민들은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하경 칼럼] 윤 대통령에게 골프 연습보다 중요한 것

보수 언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재개와 그를 둘러싼 거짓말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중앙일보 이하경 대기자는 골프광인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해야 할 윤 대통령에게 골프 연습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강한 대통령이 되는 거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민심이 요구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천광암 칼럼] 수렁에 빠진 尹 '골프 외교'

동아일보 천광암 논설주간은 대통령의 골프는 단 한 번을 하는 경우라도 때와 장소, 상황이 논란이 된다고 말합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과 부천호텔 화재 추모 기간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선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외신까지 너도나도 보도하는 바람에 '골프 외교'가 자칫 국익에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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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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