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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베트남 '대나무 외교'를 배워라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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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분 걸림 -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으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외교를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최근 이뤄진 북∙러동맹 복원이 윤 정부의 대러시아 외교 실패를 드러내는 반면 푸틴을 불러 국익을 챙긴 베트남은 실리 외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서입니다. 최근 베트남은 푸틴뿐 아니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세계 3대 강대국의 최고지도자를 불러들여 관계강화에 합의했습니다. 모든 주요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갖는다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 정책이 또한번 성과를 냈다는 평입니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는 강대국간 분쟁에 끼지 않으면서 자립적이며 탄력적인 외교노선을 취하겠다는 원칙을 대나무에 빗대어 표현한 외교전략으로, 2016년 지금의 푸 쫑 서기장이 처음 사용한 개념입니다. 그는 "베트남의 외교정책이 강한 뿌리, 튼튼한 줄기, 유연한 가지를 가진 대나무와 같아야 한다"면서 "더 많은 친구, 더 적은 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새로운 외교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능동적으로 균형을 잡는 게 베트남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확고한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이번 푸틴 대통령 초청은 '대나무 외교'의 본질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당초 베트남은 푸틴 대통령 초청을 주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베트남 방문을 ‘미국에 대한 외교적 승리’로 선전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무역파트너인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국가들의 심기를 거스를 우려도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투자 확대 등 경제적 이익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초청을 결정했습니다.

베트남은 초강대국 지도자들의 방문으로 실질적인 과실을 얻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약 50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찾아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베트남 수입 상품 관세 인하 검토에 나섰고, 애플 등 미국 기업들도 공급망 다양화를 위해 베트남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공을 들이는 건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시 주석은 베트남을 찾아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중국은 베트남에 82억 달러를 투자해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으로 올라섰습니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에 외신들도 찬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트남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까지 이끌어내며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의 성공을 보여줬다"고 전했습니다. FT는 "푸틴에 앞서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 주석의 방문도 잇달아 성사시켜 유례없는 외교적 성과를 만들어냈다"고도 했습니다. 미 CNN방송은 "현재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 지도자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나라는베트남이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베트남의 실용적인 외교 전략은 윤 정부의 '이념 외교'의 실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가치외교'를 표방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미국·일본과 공조를 강화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미국 일변도 외교로 대러시아 외교를 사실상 방치했습니다. 그 결과 북∙러 군사동맹 복원을 막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세계적인 신냉전구도가 근본 배경이기는 하지만 보수와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공들여온 한러 관계를 악화시킨 책임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윤 정부의 편향된 외교는 남북관계 파탄 등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도 드러납니다. 북한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맞대응이라며 올 들어 6번째로 오물풍선 수백 여개를 살포했습니다. 정부의 방조 속에 대북전단 살포→오물풍선 살포→대북확성기 재개→군사적 긴장 고조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형국입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평화는 힘으로 지키는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는 강 대 강 대치가 능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주변에 강대국이 몰려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강대국 간 균형잡기가 한국 외교의 최선의 전략이라는 점을 윤 대통령은 깨달아야 합니다.  

[노트북을 열며] 국민의힘 전당대회, '미스터 트롯' 벗어나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 팬덤이 세를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중앙일보 허진 기자는 한 후보 출마 선언 때 지지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상황을 인기 예능 '미스터 트롯'에 빗대 우려를 표합니다. 그 프로그램이 주로 노년층에게 인기있었듯이 한 후보 지지층도 60대 이상에서 높다는 겁니다. 청년층이 외면하는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

[내일을 열며] 한국에 일하러 가도 될까

화성의 리튬전지 공장 화재 희생자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돼 이주 노동자 문제가 부각됐습니다. 국민일보 김남중 선임기자는 저출생 고령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진 일본에선 외국인 노동자 도입을 늘리며 처우 개선에 나섰다고 전합니다.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로 외국인 노동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며 경각심을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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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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