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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도이치특검, 처리수...국민 우롱하는 프레임 전환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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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분 걸림 -

윤석열 대통령의 KBS 대담 이후 국민의힘에서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파우치'로 부르는 등 프레임 전환에 나섰습니다. KBS 박장범 앵커가 디올 명품백을 '파우치'라고 규정하며 질문하자 이를 따라하는 모양새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을 '도이치특검'으로 부르고, 그에 앞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부른 것과 같은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핵심 사안을 재정의해 국면을 바꿔보려는 정치적 전략으로 분석합니다.

국민의힘 박은식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 대담 다음날 "'파우치'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애초에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의혹 제기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명품백을 "그물건"이라고 지칭, "처음부터 '그물건'을 사서 공작하는과정을 시계몰카로 찍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 대담에 발맞춰 프레임 전환으로 김 여사를 겨냥한 포화의 강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런 행태는 '김건희 특검법' 국회 통과때도 벌어졌습니다. 한 위원장은 '김건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면서 '도이치 특검'으로 언급했습니다. '도이치모터스'가 아니라 김 여사 주가조작 혐의가 본질인데 핵심을 가리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김건희'라는 이름을 자꾸 들먹이는게 '불경죄'에 해당돼 꺼리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한 위원장 언급을 계기로 국민의힘에선 지금까지 '도이치 특검'이란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불리한 이슈가 터지면 예외없이 용어를 바꾸며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때도 바다에 방류하는 방사능오염수를 '처리수'나 '오염처리수'로 바꿔 불렀습니다. 처리수는 방사능 핵종이 제거돼 무해한 물이라는 인상을 주기위해 일본 정부가 쓰는 용어인데, 이를 그대로 따라한 셈입니다. 문제 해결보다는 파장 축소나 정치적 출구찾기에만 골몰해 국민적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이태원 참사'때도 여권은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용어 바꾸기에 안간힘을 썼습니다. 사건 명칭을 '핼러윈 참사' '10.29 참사'로 표현하고,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때 '참사'가 아닌 '사고'로,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로 쓰라는 공문을 내려보내 분노를 샀습니다. 코로나 사태때 '신종코로나'를 '우한폐렴'으로 부른 것도 맥락은 같습니다. 코로나 차단이 시급한 상황에서 명칭을 두고 편가르기식 구분에 앞장선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은 용어 변경을 통한 프레임 전환으로 수세적인 상황을 벗어나려는 정치적 노림수라고 분석합니다. 실제 국민 정서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우선은 부정적 느낌을 줄이고 보자는 단견이라는 겁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리한 이슈를 축소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거의 틀을 짜려고 이런 프레임 전략을 구사한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을뿐더러 오히려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고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름이 실제와 부합하지 않으면 사태 해결은 요원합니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다.'(名不正則言不順,言不順則事不成)라고 강조하는 정명(正名)의 뜻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정명'에서 벗어난 여권의 태도는 올바른 정치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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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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