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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도 빠져나간 '중대성' 기준, 문제 있다

이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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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주요 근거로 제시한 이른바 '중대성 기준'이 다시 논란입니다. 헌재는 고위공직자 탄핵을 기각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중대성을 내세우는 데 이런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편의적이라는 지적입니다. 한덕수 경우도 일부 사안의 위헌·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며 탄핵을 기각했습니다. 헌재가 공직자 파면의 기준을 과도하게 높여놔 시민들 눈높이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나옵니다.

한덕수의 헌법·법률 위반이 가장 뚜렷히 드러나는 부분은 헌법재판관 임명보류입니다. 기각 의견을 낸 5명 중 4명은 한덕수가 국회에서 선출된 조한창·정계선·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재판관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는 위헌·위법하지만 파면할 만한 사유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유일하게 중대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해 탄핵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헌재를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했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관 임명보류에 대한 중대성 판단은 헌재의 자기부정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결함을 안고 있습니다. 헌재는 이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쟁의 사건에서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헌법상 의무이고, 임의로 거부해선 안 된다"며 만장일치로 '위헌'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헌재가 명백한 위헌이라고 판결해놓고 이를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은 헌재의 위상과 결정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린 셈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앞으로 국회 몫 헌재재판관에 대해선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불법의 중대성'이라는 기준을 추가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사건부터입니다. 헌재는 당시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한다면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모든 법위반의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소추 요건으로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를 명시하고 있는데, 그때부터 중대성 기준이 추가돼 지금까지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중대성 기준이 공직자 파면을 어렵게 하는 '허들'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헌법이 제시한 탄핵기준인 '현재 수행 중인 직무'와 '위헌·위법한 행위'라는 두 가지 조건에 '중대성'이 더해져 공직자 탄핵이 더욱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실제 1948년 제헌국회부터 지금까지 총 50건의 공직자 탄핵안(중복 발의 포함)이 발의됐는데 헌재에서 파면된 공직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대통령, 총리, 판사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및 권한 남용을 제재하기 위해 마련된 탄핵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헌재가 기각 판결한 주요 탄핵사건의 대부분은 중대성 기준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탄핵소추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우 헌재에서 주무장관으로서 이태원참사를 막지 못한 것은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견해가 나왔지만 파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안동완 검사의 탄핵을 기각하면서 역시 "파면할 정도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탄핵이 기각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해서도 헌재는 이들의 헌법·법률위반이 일부 인정되거나 의심할 정황은 있지만 파면을 해야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조계에선 파면의 파급효과가 큰 대통령과 달리 국무위원과 판·검사 등은 상대적으로 기준을 낮춰 보다 적극적으로 탄핵을 결정하는 게 헌법 취지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국무위원의 경우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거부하면 탄핵심판으로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판·검사는 내부적인 징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일반공무원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조금만 잘못해도 징계의 대상이 되는 상황과 비교해도 헌재가 '중대성'을 이유로 고위공무원의 탄핵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헌법에서 굳이 대통령말고도 고위공직자 탄핵을 명시하고 헌재 판단을 구하는 이유가 왜인지를 헌재는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희원 칼럼] 헌재 이념 사냥한 이들에게

국민의힘과 극우 세력의 헌재 공격이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한국일보 김희원 뉴스스탠다드 실장은 윤석열은 공식적인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고, 국민의힘은 사기 탄핵이란 선동으로 국가기관에서 맞서고, 일부 보수 신문은 헌재에 대해 이념적 색깔론을 입히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탄핵 이후 우리가 만날 세상은 분명 더 분열적이고 위태로울 거라고 우려합니다. 👉 칼럼 보기

[저널리즘책무실] '가짜뉴스' 전성시대의 언론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극우 세력이 퍼뜨린 가짜뉴스가 횡행합니다. 한겨레신문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은 익명의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정치인, '따옴표 언론'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허위 조작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확성기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극단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 언론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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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한국일보 전 주필.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장, 편집국장, 수석논설위원, 주필을 역임했습니다. 만 35년 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2022년 12월 퇴사했습니다.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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